[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개성공단 1호’ SJ테크 유창근 사장
“식량-현금은 전용될 소지 크지만… 나무는 잘못 쓰일 가능성 없어”
“숲 보면 남북 군사분계선 뚜렷…민둥산 北에 ‘푸른 노하우’ 전해야”
유창근 SJ테크 사장은 10여 전 처음으로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을 방문했을 때의 광경을 잊지 못한다.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의 비무장지대(DMZ)가 확연히 달랐다.
유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쪽은 숲이 울창한데, 북쪽은 그야말로 민둥산”이라며 “숲의 유무에 따라 MDL이 쉽게 그려질 정도로 북한의 산림 훼손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도에만 표시된 MDL이 실제로 ‘시각화’가 될 만큼 남북의 숲이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SJ테크가 동아일보와 기후변화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SJ테크는 개성공단에 2004년 첫발을 디딘 1호 입주 기업으로 북한과 인연을 맺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사용하는 각종 자동화 부품과 솔루션을 제공한다. 2012년에는 중국 생산시설을 모두 정리하고 개성에서 제품을 전량 생산하고 있다.
유 사장은 “인력 풀이 방대한 중국 생산 직원들이 초기 숙련도는 높을지 몰라도 꾸준함과 성실성에서는 북한 인력들이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민족성과 언어를 공유하는 것도 생산력에 큰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1년 전 남북관계 악화로 불거진 개성공단 중단 사태 같은 ‘안보 리스크’만 없으면 북한이 중국보다 월등한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 사장은 이런 측면에서 북한 녹화 지원 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그는 “인도적 측면의 식량, 비료 지원도 좋지만 북한의 산림을 되살리는 것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개성공단 내에는 비교적 치수(治水) 치산(治山)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지만 공단만 벗어나면 비가 오면 둑이 무너진다든가 하는 문제가 비일비재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무 심기 캠페인을 통해 한국의 훌륭한 산림 조성 기법을 북한에 전수해 북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사장은 남과 북을 평화적으로 잇는 창구인 개성공단처럼 나무 심기 캠페인 역시 ‘탈정치’ 프로젝트로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식량이나 자금 지원은 군량(軍糧)과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나무 심기 사업은 잘못 쓰일 가능성이 단 1%도 없이 한반도의 국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정치적 이견이나 분쟁이 있을 수 없는 윈윈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북한 나무심기 캠페인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이나 일본, 중국은 나무의 중요성을 깨닫고 없는 산림도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훌륭한 산림자원을 가진 나라입니다. 북한 나무심기 사업은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원을 지키고 가꿔 나가면서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겁니다. 전 국민이 참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북한 나무심기 캠페인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려 달라”면서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