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손에 맡겨진 관료 개혁]
관료사회 개조 제대로 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칼 휘두르지 말고… 전문가 내세워 관료와 싸우게 해야
“환자에게 스스로 수술하라고 메스를 던져주는 꼴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습책으로 제시된 관료사회 개혁방안 마련을 안전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소식에 전문가들이 이같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관료 스스로 잘못을 찾아내도록 ‘자아비판’의 무대에 세울 경우 개혁안에 부처별 이해관계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고 공직자들도 일손을 놓은 채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우선 국민 요구를 반영한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 내 독립기구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학계 등 민간 전문가와 공직자가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설치해 행정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직사회 개혁을 이끄는 주무부서가 어딘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암적 존재’ 등 극단적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관료사회에 대한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공직사회에 직접 쓴소리를 하기보다 정부 기구 내에서 전문가와 관료가 개혁안을 놓고 싸우게 한 뒤 여기서 걸러진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혁안의 실행 주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관료사회가 스스로 잘못을 찾는 것은 좋지만 실행만큼은 관료들에게 다시 맡겨선 안 된다”며 “독립적 개혁기구가 외부로부터 개혁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는 “김대중 정부 초기 공무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결국 관료사회 개혁 작업이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는 관료들에게 ‘함께 개혁하자’는 메시지를 던져 사명감과 문제의식을 심어준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보여주기식 시한부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행정 개혁을 추진하면서 공직사회에 ‘1, 2년만 버티면 된다’는 내성이 생겼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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