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100억 달러 채무를 탕감 받은 데 이어 신규 차관을 요구하는 등 경협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소장은 9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기고에서 “북한이 지난달 28일 방북한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일행에게 신규 차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를 겸하는 트루트네프 부총리에게 북한은 신규 차관과 러시아의 대북 수출품 가격 인하, 그리고 북한 수출품에 적용되는 품질기준 하향 조치를 요구했다는 것. 이는 냉전시절 양국 사이에 적용되던 ‘우호가격 제도’를 부활해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옛 소련 방식의 북-러 협력은 더이상 용인되지 않으며 협력은 시장 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6월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6차 양국 경협 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현재 1억 달러(약 1026억 원)도 안 되는 무역량을 10배 이상 늘려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억 달러로 확대하자고 합의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2011년 12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가 들어선 뒤 북한을 찾은 최고위 러시아 인사다. 방북 선물로 100만 달러 부채 탕감과 함께 수백만 달러 상당의 소방차 10대를 기증하는 행사도 열었다. 지난해 ‘6·25전쟁 휴전 6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권력순위 3위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을 북한에 보냈던 중국과 달리 북한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를 보내 3차 핵실험에 대해 불만을 표했던 것과는 완연히 달라진 태도다.
이처럼 러시아가 북한에 접근하는 것은 아태지역의 진출 거점을 확보하려는 동진(東進)정책의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우호세력 확보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또 에너지 공급을 비롯해 잠재적인 동북아 시장을 겨냥한 경제적 목적도 배제하기 어렵다. 러시아가 남북러 삼각 경협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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