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인적쇄신 마무리한뒤 퇴진?

[靑-내각 개편/새 총리 안대희]
안대희의 검찰선배… 유임 부담
靑일각 “다 바꾸면 일은 누가 하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22일 일단 유임됐다. 국정 운영의 핵심 인사 3인방 가운데 이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전격 경질됐음에도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받은 셈이다. 김 실장의 유임이 ‘완전한 재신임이냐’를 두고는 청와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무총리, 국정원장, 국가안보실장을 전부 교체한 마당에 비서실장까지 바꾸면 일은 누가 하겠느냐”며 ‘완전한 재신임’에 무게를 뒀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정국 돌파를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면서 김 실장을 ‘마지막 버팀목’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김 실장은 지난해 말 불의의 사고를 당한 아들 문제 등으로 올해 초 몇 차례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마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계속 도와 달라며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외교안보 라인 수장인 김장수 실장이나 남 원장에 앞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솔하는 김기춘 실장이 1순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안대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김기춘 실장의 검찰 후배라는 점에서 자칫 안 후보자의 개혁성마저 퇴색될 우려가 있다.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안 후보자 인선이 김 실장의 작품이라며 집중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정의 막후 실세라는 이른바 ‘기춘대원군’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수석비서관과 장관 교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김 실장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