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선 율동-구호 사라지고 온라인선 흑색선전 과열 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6·4 지방선거 D-12]
세월호 참사가 바꿔놓은 선거운동

90도 인사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시민들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90도 인사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시민들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6·4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2일 0시 시작되면서 모든 후보는 일제히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갔다. 보통 첫날에는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요란한 유세가 진행되지만 이날은 사정이 달랐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각 당이 떠들썩한 유세를 자제하기로 하고 후보자들도 몸을 사리면서 전례 없이 조용한 스타트를 보였다. 그 대신 온라인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치열함을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탈법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유세 대신 조용하게 ‘얼굴 알리기’

22일 오후 2시 반 서울 서초구 지하철 2호선 방배역 3번 출구 앞. 곽세현 새정치민주연합 서초구청장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시민들 앞에 섰다. 기호 2번이 적힌 파란 띠를 두르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악수를 건네는 모습은 여느 선거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후보 주변에 선 운동원들의 가슴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유세 때마다 등장하는 확성기와 마이크, 요란한 음악소리와 단체 율동도 사라진 상태였다.

선거운동에서 대중가요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역대 각종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당대의 인기 있고 활기찬 음악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대중가요와 율동이 모습을 감췄다. 지하철 입구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율동하는 모습, 단체 구호 등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처럼 음악 틀고 율동하는 선거운동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양창호 새누리당 영등포구청장 후보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기자가 지켜본 한 시간 동안 지역구 내 장애인시설과 노인정, 시장 등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기호 1번입니다”를 크게 외쳤다. 조길형 새정치민주연합 영등포구청장 후보도 오전 7시와 오후 6시 지하철역 출퇴근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것 외엔 하루 종일 시장과 지역구를 다니는 데 시간을 쏟았다. 조 후보 측은 “세를 과시하며 함성을 지르거나 하는 선거운동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로를 다니며 쩌렁쩌렁하게 ‘기호 몇 번’을 외치는 유세차량의 수도 확 줄었다. 각 후보의 얼굴과 기호, 구호가 인쇄된 유세차량은 지하철 입구 앞이나 대로변에 세워는 놨지만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나 확성기 없이 간판 역할만 할 뿐이었다.

○ 은밀하고 교묘해진 불법 선거운동

차분한 오프라인(현장) 선거운동과 달리 온라인 선거운동은 과열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 전체가 침울한 상황이어서 오프라인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탈법은 더욱 은밀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처음으로 지방선거에 맞춰 가동한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는 최근까지 2439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SNS 등을 통한 비방이나 흑색선전이 1329건으로 가장 많았다. 회원들에게만 내용이 공개되는 폐쇄형 SNS(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 등)를 이용한 위법행위가 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SNS는 선거법 위반행위가 의심되더라도 당사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하기 어려워 추적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부터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등 불법·탈법 선거운동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안부를 비롯해 특수부 형사부 인력까지 투입해 공무원 선거 개입, 금품선거, 특히 SNS,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한 흑색선전을 대대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지방선거#선거운동#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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