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성택]‘미사일 방어’ 수세의 악순환 끊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5일 03시 00분


수조원 들여 방어체계 구축해도… 北의 新비대칭전력에 속수무책
EMP탄 개발-대북 심리전 등… 우리만의 비대칭전력 개발 시급

정성택·정치부
정성택·정치부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체제 편입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3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4일 “한국은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MD 체제 편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THAAD와 요격고도가 비슷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2023∼2024년 전력화할 목표로 국내 개발키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THAAD의 한국 배치보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에 대한 의지’가 강한 셈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MD 편입이냐, KAMD 개발이냐’라는 반복적인 논란 속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군사 전문가는 “수조 원을 들여 2020년대에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한 무기를 갖추더라도 그때가 되면 북한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비대칭 전력을 개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칭 전력은 상대방의 우위 전력에 같은 유형의 전력을 증강시켜 맞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 허점이나 급소를 공격하는 전력을 의미한다.

이런 우려와 걱정은 결국 ‘수세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의 비대칭 전력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대표적 예가 반경 1km 이내의 북한군 전자기기를 마비시킬 수 있는 전자기펄스(EMP)탄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대북 심리전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칠주 육군교육사령부 지상전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국방부에서 열린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에서 “북한의 체제가 불안한 지금이 북한 사회를 동요시키는 분란전을 진행할 최적기”라고 평가했다.

THAAD와 KAMD 모두 북한의 위협 대비에 필요한 전력이다. 탐지 레이더까지 포함해 THAAD 1개 포대의 가격은 2조 원대에 이른다. L-SAM 양산도 수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예측할 수 없거나 알더라도 막을 수 없는 우리만의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예산 문제와 정치적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성택·정치부 neone@donga.com
#EMP탄#비대칭전력#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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