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선거에서는 압승했지만 당 지도부의 시선은 곱지 않아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양측의 불편한 관계가 쌓였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상징 색인 파란색을 거의 쓰지 않았다. 당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편 것이다. ‘시민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도였다. 차기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경쟁하기 위해 빚을 지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내에선 박 시장의 이런 행보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핵심 당직자는 6일 “박 시장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의 선거 전략에 사사건건 엇박자 행보를 보여 선거를 치르는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새정치연합이 최대 격전지인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곳을 묶는 ‘패키지 선거운동’을 기획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선거 하루 전날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 때 수도권 후보 3명에게 참석을 요청한 것도 패키지 전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시내 거리인사 일정이 잡혀 있다”며 불참하겠다고 통보해 유세 계획은 무산됐다. 당 관계자는 “박 시장에게 인천과 경기 선거를 도와달라는 취지였는데 박 시장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농약 급식’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농약 급식 관련 기자회견은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으니 자제하라”는 당 지도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은 “네거티브 공격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3월 말만 해도 박 시장 측은 중앙당에 공문을 보내 △안철수 참석 행사 참여 △문재인과의 산행 △새정치연합 보좌관 등 20여 명 파견 등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당시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박 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태도가 바뀌었다고 당 지도부는 판단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박 시장이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와 함께 당내에서는 “박 시장이 당내의 냉정한 시선과 싸우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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