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로 재·보궐선거는 중진들의 무덤이자 부활의 무대였다. 재·보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화려하게 재기하기도 하지만 정치적 뒤안길로 사라지는 쓰라림도 맛봐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이정현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서울 동작을 출마설이 나돌자마자 여야의 거물들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재·보선의 법칙을 살펴봤다.
○ 정치 거물들의 한판 승부처
재·보궐선거는 전통적으로 정치 거물들의 재기를 위한 ‘급행 티켓’이다. 정기 총선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정치인들에게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중앙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나란히 지난해 4·24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했다. 새누리당 당권 도전에 나선 서청원 의원도 지난해 10·30 재·보선으로 국회에 복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9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2010년 7월 28일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선 ‘왕의 남자’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기사회생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야권의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4월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치 인생을 건 접전을 벌였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리는 여권의 텃밭에서 손 전 대표가 승리하면서 손 전 대표는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공고히 했고, 야권은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급격히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을 맞아야 했다.
○ 정작 터줏대감은 홀대
재·보선의 이 같은 정치적 비중 때문에 오히려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 온 토박이 인사들은 출마할 기회조차 잡기가 쉽지 않다. 20여 년간 터를 닦아 온 이동섭 당시 민주당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2012년 총선에서는 야권연대 때문에 당시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에게 출마를 양보했다. 2013년 4월 보궐선거 때는 안철수 대표를 의식한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으로 또 후보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2009년부터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연합 허동준 위원장도 전략공천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작지만 큰 선거… 지도부 진퇴도 영향
재·보선은 정치적 파장이 커 여야 지도부의 거취를 결정짓는 일이 많았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해 탄력을 받았던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같은 해 7·28 재·보선에서 완패해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 민주당은 8곳 가운데 3곳에서만 승리했다. 특히 격전지로 꼽혔던 서울 은평을과 야당 지역구였던 충북 충주, 인천 계양을 등 세 곳을 모두 내준 것이 책임론의 불씨가 됐다.
○ 후보 선정은 최대한 늦게
재·보궐선거 대진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임박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로 상대당 후보가 결정되면 이에 맞는 맞춤형 후보를 내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개혁공천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이번에도 앞다퉈 거물을 공천하는 ‘재·보선 공천 법칙’이 적용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여야 모두 7·30 재·보선을 승부가 나지 않은 6·4지방선거의 연장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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