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한 뒤 부담금 구간을 강화해 나가면 이산화탄소(CO₂)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환경부)
“국내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시기를 미루든지 부담금을 낮춰야 한다.”(산업통상자원부)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둘러싸고 환경부와 산업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빠져 있다. 바로 소비자다. 이 제도는 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면 부담금을 물리고,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게 뼈대다. 결국 소비자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
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공청회에서는 내년에 시행할 저탄소차협력금제 부과 기준 잠정안이 발표됐다. 한 소비자가 현대자동차 ‘에쿠스 5.0’을 살 때 부담금 400만 원을 내면 하이브리드 차를 사는 소비자 2명에게 200만 원씩 보조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청회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CO₂ 감축 및 경제효과에 대한 토론만 치열했다. 소비자를 대변해 “부담금이 너무 많다” 혹은 “보조금을 더 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패널은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소비자의 목소리가 없다”(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지적만 나왔을 뿐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1%만 이 제도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운전자들은 이미 여러 세금을 내고 있다. 자동차 값에 포함된 부가가치세, 매년 배기량 cc당 80∼200원을 내는 자동차세, 주유할 때 내는 유류세 등이다.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연비) 규제 논란에서도 소비자는 빠져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 국토교통부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연비를 재조사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산업부는 “국토부가 조사 결과에 대해 산업부와 협의도 없이 미리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지난해 연비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인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결국 이번 주 산업부와 국토부가 각기 다른 조사 결과를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다. 자동차는 부품, 판매, 금융, 사후 관리 등 연관 분야가 많다. 이 때문에 여러 정부 부처가 정책을 통해 개입할 여지가 큰 산업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인생에서 집 다음으로 거액을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규제와 진흥을 둘러싼 논의에 부처 힘겨루기만 있을 뿐 소비자는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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