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짜리 사들여 10배 뻥튀기… 향군 명의 빌려 납품 80억 챙겨
무자격자가 설치… 정상작동 불투명, 50대 업주 영장… 軍유착 여부 조사
군함과 군부대의 기계실 분전반 등에 화재가 발생했을 시 초기에 자동 진화하도록 설치된 소화 장치 4000여 개가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화 장치 납품업자는 가격을 10배나 부풀려 80여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8∼2013년 19회에 걸쳐 대당 20만 원짜리 소(小)공간용 자동 소화 장치를 대당 200만 원으로 부풀려 군부대에 총 4228대(98억 원어치)를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S사 대표 김모 씨(55)에 대한 구속영장을 9일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소방 설비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일용직 근로자에게 소화 장치를 설치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문 기술이 없는 사람이 소화 장치 내 화재 감지기 역할을 하는 튜브를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위치에 정확히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도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로부터 소화 장치를 구매한 곳은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육군 재정관리단, 공군 등이며 소화 장치는 육해공군 각 함정과 부대의 변전실 등 173곳에 설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 시공 탓에 함정 등에서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가 안 돼 대형 참사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화기를 직접 생산하지도 않았으면서 소화기 생산업체 M사에서 소화 장치를 구매한 뒤 재향군인회의 명의를 빌려 군부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향군인회에는 납품액의 3∼5%를 성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경쟁 입찰 시에는 M사와 S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대당 5만∼10만 원을 더 써내게 하고 계약을 따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예비역 대령이 속한 회사 등에 컨설팅 비용으로 18억 원을 지급했다”며 “군 관계자 등을 상대로 납품경위와 유착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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