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내각-靑 개편]
“책임총리 처음듣는 얘기” 발언 왜?, 野 “의도적 동문서답… 태도 오만”
文 “아직 말할 때 아니다” 진화 나서… 총리실 “법적 용어 아니라는 의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책임 총리제는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한 발언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후보자의 발언이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 총리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제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야권은 즉각 “문 후보자의 발언이 오만하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설마 문 후보자가 책임총리제가 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했으리라 믿지 않는다”며 “책임총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한 의도적인 동문서답”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의식한 듯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그동안 써온 칼럼 때문에 극단적 보수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열심히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해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 이사를 지낼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재단 이사장이었다는 사실이 총리 지명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의 마지막 강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 (책임총리 여부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모두 이야기하겠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총리실도 공식자료를 통해 “(문 후보자는)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며 “문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된다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권한과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주에 단행될 개각을 앞두고 문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를 제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 공식 취임하려면 7월 말이나 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각료 제청권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가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당시 정 총리 후보자가 제청했다. 정부가 새로 출범하는 조각(組閣)을 할 때는 대통령직인수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총리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총리가 실질적으로 나눠 맡는 것으로 그 핵심은 각료 제청권에 있다. 청와대는 문 후보자와 개각 내용을 협의하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문 후보자가 각료 제청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만큼 책임총리제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낙마로 7월 말이나 돼야 새 총리가 취임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정 공백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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