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중앙정치선 불가능한 聯政, 지방서 반드시 실현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2>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 6·4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 수장이 된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49·새누리당)은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태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청문회를 열어 (총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 본회의 투표 때 새누리당도 당론 투표를 하지 말고 의원 각자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커 합의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청문회를 보이콧 하지 말고 민주적 절차를 밟아 국회에서 국무총리의 국회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국회의원 5선’ 출신이다. 국회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경기도지사로서는 “여야를 아우르고 서로 대화하며 발전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국회의원 5선’ 출신이다. 국회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경기도지사로서는 “여야를 아우르고 서로 대화하며 발전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남 당선인은 앞서 13일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와의 공동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치사에 처음 시도되는 연정을 반드시 실현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선 조만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을 만나 공교육을 지원할 일이 뭔지를 논의하고 그에 걸맞게 교육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취임식을 경기도 재난종합지휘센터에서 갖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본보 박원재 부국장과 채널A 정용관 정치부장이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로비에서 남 당선인을 만났다.

―6·4지방선거에서 0.8% 차로 근소하게 당선됐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내가 50.43%의 지지를 얻었지만 김진표 후보(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49.56%를 얻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을 반올림하면 50%다. 바둑으로 보면 반집승이다. 경기도민이 새누리당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인다.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라는 명령이자 기득권을 깨라는 무언의 압력이라고 생각한다.”

―‘연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세월호 참사, 북핵 위협, 일본 자위대 문제 등 난제가 쌓여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시각에서 우리 정치권은 여야가 매일 싸움만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적이 아니다. 이제라도 정치를 하나로 모으자는 게 연정이다.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게 아니라 ‘정치 연합을 하겠다’는 의미다. 야당이 추천한 사회통합 부지사가 복지 보건 노동 등의 분야를 맡아 도정을 펼친다. 사회통합 부지사는 야당에 가서 정책과 인사 등의 의견을 물어 이를 도정에 반영하는 식이다. 좀더 구체적인 모습은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새정치연합 경기도당과 연정 정책협상단을 꾸린다고 들었다.

“17일 여야 5명씩 10명으로 꾸린다. 여기서 김진표 후보가 공약했던 보육교사 처우 문제, 버스준공영제 등을 논의할 것이다. 19일에는 시민단체, 전문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연정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양측 모두 진정성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여소야대’인데 야당의 협조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야당 도의원들과 필요하다면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함께 등산을 하며 대화할 것이다. 밀어붙이기보다는 도의회에 설명하고 협의하겠다. 여야가 모두 공감한 상태에서 정책을 펼치면 도정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경기도 교육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과 만나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잘 시킬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겠다. 예산과 정책을 놓고 얘기하다 보면 공통점이 도출될 것이다. 새로 만드는 교육국이 공통 합의사항을 지원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일자리 70만 개 창출을 공약했는데 실현 가능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률 70% 달성을 제시했지만 경기도는 그런 방식으로는 45만 개의 일자리가 최대치다. 나머지 20여만 개를 만들려면, 예컨대 서울에 근접한 경기 판교 같은 곳에 지식집약산업, 빅데이터를 활용한 일자리, 바이오 의료 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할 생각이다.”

―수도권 규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소외된 경기 외곽지역은 교통인프라를 확충하고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공장과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 수도권 규제 철폐는 지방의 반발만 사고 있다. 규제 철폐가 아니라 합리화가 답이다.”

―낙후된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살릴 방안은 무엇인가.

“개성공단의 쌍둥이 공단을 추진하겠다. 당장 북한 인력이 와서 일하는 것은 경기도지사의 힘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 교류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당선인 공약 가운데 야당이 반길 것이 있다면….

“따복 마을(따듯하고 복된 마을이라는 의미) 6000개를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 동네서당, 놀이공동체, 학습공동체 등 사랑방 역할을 하는 취지다. 이게 공동체복원 프로젝트인데 보수진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책이다. 종북 좌파만 빼면 누구든지 손잡고 대화 및 협력할 생각이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경기 안산시민들이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앓고 있는데 어떻게 도울 것인지….

“희생자 가족들과 관련해 생활 문제, 주거 문제 등 정상적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 장기적으로는 안산에 국립트라우마센터를 지어 전국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

―경기도에 공장이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많은데….

“연간 산업재해 사망자가 2000명이다. 안전관리사가 고용주 밑에 있는데 대부분 총무부장, 경리부장이 맡는다. 50인 이하 소기업에는 의무 규정도 없다. 경기도가 안전관리사를 직접 채용해 지역별로 두겠다. 소방을 포함한 안전기술직 인력을 대폭 보강하겠다.”

―선거에서 교통 문제, 보육교사 문제가 이슈였는데….

“고속도로 나들목 부근에 서울 출퇴근 멀티환승센터를 만들어 2분마다 앉아서 가는 굿모닝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보육교사 문제도 준공무원으로 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야당과 만나 협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차기 대권 주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 자격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도민의 절반이 나를 지지하지 않았다. 도정을 잘 이끌고 인정받으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경기도지사의 임기 4년은 다 채운다.”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연정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려 한다. 박수와 격려로 지켜봐주시면 경기도에서 시작한 새로운 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남 당선인과의 인터뷰는 17일 오전 8시 채널A의 ‘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 “道政 제1원칙은 기득권 깨는 혁신” ▼

南당선인, 관행-구태 혁파 강조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왼쪽)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로비에서 박원재 동아일보 부국장(가운데), 정용관 채널A 정치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왼쪽)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로비에서 박원재 동아일보 부국장(가운데), 정용관 채널A 정치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15∼19대까지 5연속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치면서 ‘소장파’그룹의 리더였고 국정의 고비마다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비주류였다. 이번에 1250만 경기도민을 이끄는 수장이 된 그는 도정 운영의 슬로건을 ‘혁신’으로 삼았다. 경기도지사로 책임을 다하면서도 지속적인 개혁을 해나가겠다는 다짐이었다.

남 당선인은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기 시작부터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게 내가 말하는 혁신”이라고 말했다. 관료들의 지나친 밥그릇 챙기기 관행, 끼리끼리 어울리고 나눠 갖는 문화, 안전은 등한시하는 이기주의 등 곳곳에 산재해 있는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관행과 구태를 깨고 버리면 도민의 삶의 질과 안전이 담보되고, 악습이 사라진 자리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다.

남 당선인은 이런 혁신을 위해 바로 소통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하는 여야 간 통합정치 모델인 연정을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평소 국회에서 가졌던 소신을 이번에 경기도정에서 펼쳐 보일 계획이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경기도지사#남경필#중앙정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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