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부풀리고 보자”… 정부사업 878건 예산낭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8일 03시 00분


조세硏, 2012~2013년 예결산 분석
예비조사 소홀… 타부처와 중복… 도로-다리 건설 국토부 77건 최다

줄줄 새는 나라곳간
정부 부처들이 2012∼2013년 878건에 이르는 각종 사업에서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황으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재정난이 심각한데도 사업 규모를 부풀려 예산을 최대한 많이 따낸 뒤 비효율적으로 나랏돈을 쓰는 도덕적 해이가 정부 전반에 퍼져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와 감사원의 2012년 결산자료와 2013년 예산안 검토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정부 부처가 추진한 878건의 사업에서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그만큼 국민이 낸 세금을 펑펑 쓰고 있다는 얘기다.

예산 낭비가 가장 많은 부처는 국토교통부로 77건의 사업에서 예산이 새고 있었다. 불필요한 도로와 다리 건설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49건), 보건복지부(47건), 국방부(46건), 미래창조과학부(42건) 등의 순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사업이 많았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부처들이 이미 추진 중인 사업 현황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하거나 사전 수요 조사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국토부는 2012년 7706억 원 규모의 지방하천정비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는 환경부가 추진해 온 생태하천복원사업과 같은 것이다. 감사원이 중복사업이라고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하천정비사업을 강행했다.

오영민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산 편성 단계에서 정치인들이 무리하게 예산을 끼워 넣어 낭비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철저히 해서 정치적 요인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부 사업#예산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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