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할린에 끌려간 부모 때문에 평생 무국적이었던 ‘고려인’(카레이스키·러시아에 거주하는 동포)이 60년 만에 한국 국적을 찾았다.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의 후손이 법원에서 국적을 확인받은 첫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김모 씨(60·여)가 “대한민국 국적을 확인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경상남도에서 태어난 김 씨의 아버지는 1938년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다가 결혼을 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것 빼고는 평생 러시아에서 살았다. 러시아 국적을 얻지 않고 평생 고향을 그리던 김 씨의 부모는 딸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라는 유언을 남긴 채 현지에서 숨을 거뒀다.
김 씨는 태어나기 전인 1952년 일본이 러시아 거주 한인들에 대해 자국 국적을 상실시키는 바람에 날 때부터 무국적자 신세가 됐다. 사할린 거주 한인들은 북한 또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할 기회가 있었지만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상당수가 무국적을 선택했다.
정부는 러시아와 1992년부터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사업을 벌였지만 1945년 광복 이전 출생한 사람에게 적용돼 김 씨는 대상자가 아니었다. 60년 동안 무국적자로 살아온 김 씨는 한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2012년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할린 무국적 한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아무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며 “이들이 국민으로서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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