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료소비효율(연비) 부풀리기에 대한 정부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지난 7개월간의 ‘연비 부풀리기’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와 똑같이 서로 다른 결론의 조사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브리핑 직전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까지 거치고도 두 부처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차량을 두고 ‘부적합’(국토부)과 ‘적합’(산업부)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았다.
발표 당일 산업부와 국토부는 “국토부가 합의도 하기 전 마치 자신들의 주장이 결론인 듯 흘리며 ‘언론플레이’를 했다”, “산업부가 국토부를 걸고넘어지며 ‘역(逆)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부처 간 이견을 교통정리하고 통일된 방침을 내놔야 할 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 관료들은 이날 “송구하다”, “죄송하다”며 사과하느라 바빴다. 정동희 국무조정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이 “그간 자동차 연비에 대한 관리가 ‘동네축구’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고 고백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합동 브리핑이 열리기 전날까지 국토부와 산업부 실무자들은 “연비 측정 방식과 판정 기준이 다르더라도 두 부처가 서로 다른 판정 결과를 발표해선 안 된다”며 ‘윗선’에 재고를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관가에서는 이번 개각에서 살아남은 두 부처 수장들의 자존심 대결 속에 실무진의 건의가 묵살됐다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처 간 벽 허물기와 컨트롤타워 기능을 줄곧 강조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두 차례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파동을 겪으며 개혁의 이상은 사라지고 국정 조정 기능은 마비돼 갔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 그 혼란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날 브리핑에서 보여준 정부의 민낯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공무원들이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밥그릇 싸움에 몰두할 때 국민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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