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유임 이후]
가족들 “그래도 우리 맘 아니까…”, 진도 찾아온 鄭총리 보자 울며 포옹
“수색작업 끝까지 힘써달라” 요청
슬픔의 재회 세월호 침몰로 가족을 잃은 이도, 그들을 다시 만난 총리도 함께 울었다. 26일 유임이 결정된 뒤 첫 일정으로 전남 진도를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가 27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던 중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그래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하지 않겠어요. 우리는 국무총리가 다시 돌아온 걸 나쁘지 않게 생각해요. 세월호 사고가 난 날부터 우리가 울고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봤고 그 마음을 잘 아는 분이니까요.”
정홍원 총리(70)가 26일 유임이 결정된 뒤 첫 외부일정으로 27일 전남 진도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세월호 침몰로 동생과 조카를 아직 찾지 못한 권오복 씨(60)는 이렇게 말했다. 27일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들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전날 성명을 통해 “문제 해결에 실패한 총리를 유임시켰다”고 비판했지만 속내는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반응이었다.
정 총리는 27일 오후 3시경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있는 진도군청에 이어 3시 40분경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그의 진도 방문은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아홉 번째다.
박준영 전남도지사,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체육관에 도착한 정 총리는 일일이 악수를 청하거나 포옹을 하며 “힘내시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교사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정 총리를 보자 울음을 터뜨리며 포옹을 했다. 이런 모습에 정 총리의 눈가도 붉어졌고, 실종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와 포옹을 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 총리와 면담하면서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실종 상태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아내가 “교장선생님이 사고 책임을 지고 직위 해제됐는데 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그분이 꼭 필요하다”고 하자 정 총리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정 총리가 유임되면서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실종자 가족은 “요즘 수색작업이 잘 안 돼 하루에 많아야 두 번 정도 들어간다. 끝까지 힘 좀 써 달라”고 부탁했다. 정 총리는 “같이 힘을 합치면 안 될 일이 없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기억하는 날로 만들고 나라가 바뀌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팽목항으로 이동할 때 실종자 가족들과 한 차를 탔다. 원래 수행원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이주영 장관과 실종자 가족이 운전하는 스타렉스 차량에 올랐다. 정 총리는 팽목항에서 수색작업 현황 등을 보고받은 뒤 진도 방문 일정을 마쳤다.
당초 정 총리는 26일 유임 발표 직후 먼저 국회를 찾아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를 만나 6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법안 처리 등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진도 방문이 첫 외부 일정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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