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19대 국회 후반기 신임 대변인(1급)으로 최형두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29일 임명했다. 국회 대변인은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의 ‘입’ 역할을 하는 자리다. 그만큼 정치적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인선에 앞서 세심하게 짚어야 할 대목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선은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 신임 대변인은 언론인 출신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재임 중이던 2012년 2월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에 발탁됐다. 김 전 총리가 퇴임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4월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자 최 비서관은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경선 캠프에 뛰어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 핵심 비서관이 특정 후보 캠프에 합류하자 즉각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때 아닌 박심 논란에 최 대변인은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청와대 행정관급 인사가 특정 모임에 들르기만 해도 야당은 ‘관권선거’ 운운하며 파상 공세를 편다. 정 의장도 박심 논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국회 대변인 인선을 놓고 좀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총리공보실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관, 곧이어 김황식 캠프 대변인을 숨 가쁘게 지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끝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았다. 설령 인사를 하더라도 좀 더 시간을 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급하게 국회 대변인 인사 발표가 나오니 “돌려 막기 인사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회의장의 업무 수행에는 여야의 정파성을 뛰어넘는 정치적 중립의 가치가 중요하다. 정 의장은 국회 대변인 인선에 쏠린 따가운 시선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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