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세종시에 와서 업무를 챙기면 공무원들이 짐을 싸들고 서울 여의도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1일 취임한 이춘희 세종시장은 “국회 분원과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세종시에 두면 행정기관의 양분에 따른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16일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세종시 연서면 세종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동아일보 임규진 부국장과 박중현 경제부장이 진행했다.
―세종시 설계를 맡았던 입장에서 현재의 세종시 건설이 만족스러운지….
“당초 계획에서 일부는 수정됐고 일부는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도심 주민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느끼고 있다. 그런 불만들이 6·4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선택하는 것으로) 표출됐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시 건설의 원안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세종시민들은 세종시를 입안하고 위헌 결정의 풍파를 겪으면서 약속을 지켜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이 더 크다고 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원안의 관철을 주장하면서 ‘플러스알파’를 약속했는데 이를 구체화하지 않아 세종시민에게 실망감을 줬다. 여기에 시장 후보 가운데 누가 정확히 세종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을 했느냐가 지방선거의 승패를 갈랐다고 본다. 현재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청사가 들어서는 신도심과 조치원읍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 간의 격차다. 균형발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게 이번 선거에서 주효했다.”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개혁’ 주문이 여당 표의 이탈을 가져왔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 영향이 없지 않다. 다만 세종시의 불균형 개발문제라든지 신도시 지역민들의 생활불편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실질적인 행정수도의 완성’을 세종시장 7대 공약 가운데 제1공약으로 내걸었다. 어떤 그림인가.
“국회 분원과 대통령 제2집무실의 세종시 유치를 말한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지난번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공약했고 이번 지방선거 때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공약으로도 채택됐다. 시장이 자꾸 주위를 환기해야 국회와 정부가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하면 행정의 비효율이 해소될 수 있을까.
“이제 대한민국 행정 가운데 국민생활과 관련한 상당 부분이 세종시에서 이뤄진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는 최소한 상임위는 세종시에서 열어야 한다. 대통령도 가끔은 세종시에서 보고를 받고 회의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 하도급 업체가 아파트 부실 시공을 폭로하고 나섰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국민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안전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 최대한 안전을 점검한 상태에서 세종시 입주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안전 문제는 3진 아웃이 아닌 단 한 번에 퇴출돼야 한다.”
―세종시는 전형적인 도농 복합도시다. 농민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다. 두 지역 간의 격차를 극복할 묘안은 무엇인가.
“전원도시는 모든 사람의 꿈 아닌가. 세종시도 그렇다. 하지만 도농 간 격차가 해소돼야 하고 농민과 도시민 모두 이익을 얻어야 한다. 농민은 소비자인 도시민이 옆으로 이주해 온 여건을 활용해야 한다. 농산물을 팔러 가락동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도시민은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다. ‘세종시표 로컬 푸드’로 농민과 도시민을 연결할 생각이다.”
―공무원들이 생활터전을 세종시로 옮기는 데 있어 교육환경 등을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올해 하반기에 아파트 2만 채가 공급되고 8, 9월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내년에는 1만6000채가량의 아파트가 추가로 공급된다. 그러면 더 많은 공무원이 이주할 것으로 본다. 일시적인 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장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5∼10분만 나가면 농촌을 만날 수 있고 전원주택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이주한 공무원들은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다. 하루 1∼2시간씩 걸리던 출퇴근 시간도 아낄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이나 고양시 일산도 제대로 자리 잡는 데 5년이나 걸렸다. 분당은 처음에는 학교 문제로 이주를 꺼리는 곳이었지만 5년 정도 지나니 학교 때문에 이주하는 사람이 많았다. 스마트 교육이 선도적으로 이뤄지는 세종시에는 좋은 학교가 많다. 좋은 교사를 더 확보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교육환경을 마련할 것이다.”
―문화 의료 등 다른 부문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문화와 의료 쇼핑 시설은 세종시 도시계획에 다 들어 있어 조만간 완비될 것이다. 현재 종합병원이 없는 게 문제인데 충남대병원이 제2병원 개원을 서두르고 있어 해결될 것이다. 임기를 마무리 지을 때쯤이면 그런 문제들은 모두 해결될 것이다.”
―건설교통부 시절 주택국장을 지낸 전문가인데 현 정부의 주택정책을 평가한다면….
“과거 주택정택을 담당했을 때도 그랬지만 정부는 주택문제를 수도권만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제 국토교통부가 세종시로 왔으니 시야를 전국적인 문제로 넓게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세종시를 어떤 도시로 꾸미고 싶은가.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노래자랑 하는 천편일률식 축제는 가능하면 열지 않겠다. 그 대신 인문학 강좌를 꾸준히 마련해 시민들이 교양과 소양을 쌓도록 돕겠다. 세종시의 역사가 제대로 보존되도록 하는 일도 해야 한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세종시를 왜 만들었는지를 잊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의 지방화와 균형발전을 선도한다는 게 세종시 건설의 목적이다.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세종시는 광역과 기초 단일행정체계를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성공하면 다른 자치단체로 전파될 것이다. 성공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세종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도시는 시민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도시가 바람직한지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주셨으면 한다.”
이 시장과의 인터뷰는 4일 오전 8시 채널A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 盧정부 인수위부터 참여한 ‘세종시 설계자’ ▼ 2년전 초대 시장 고배뒤 명예회복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의 설계자’로 불린다. 그의 이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2003년 1월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
건설교통 전문위원으로 참여했고 정부 출범 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냈다. 이어 건설교통부
차관을 맡아 행정도시를 챙겼고 2012년 초대 세종시장에 도전했다. 비록 당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주민으로 구성된 세종시
신도심에서 유효투표 수의 70% 이상을 얻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시장은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08년 2월 건설교통부 차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30년간 주택정책과장, 고속도로건설기획단장,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펴낸 ‘4000일의 약속’에서 그는 “민원이 많은 업무를 추진하면서 ‘현안의 실마리를 풀거나
민원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소통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얻었다”고 적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 세종시의
기본계획을 마련할 때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무려 150차례나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토지보상 시작 3개월 만에 60%의
협의보상을 이끌어냈다. ‘설계자’가 가꿔 나갈 미래의 세종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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