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재 前철도시설공단 이사장 투신… 속도내던 ‘철피아 수사’ 급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金 “악마에 걸려 이지경” 자책 글… 檢 업체-관료 연결 핵심고리 잃어
삼표그룹 비리 의혹 수사 앞당길듯… 권영모 前새누리 부대변인 영장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58)이 4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 3시 30분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잠실대교에서 한강에 뛰어내렸다. 경찰은 오전 5시 45분경 김 전 이사장의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투신 추정 장소에서는 검은색 양복 윗옷과 구두, 휴대전화, 지갑 등이 발견됐다. 그가 갖고 있던 수첩에는 3쪽에 걸쳐 유서 형식의 글이 적혀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은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은혜도 못 갚고 죄송합니다”라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악마’에 걸렸다. 유혹에 넘어가 이런 지경까지 왔다”며 자책하는 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이사장은 철도부품 납품업체 비리와 관련해 자신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권영모 씨(55)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피아 수사는 김 전 이사장의 자살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수사의 핵심 연결고리를 잃은 검찰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의 자살 등으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진 권 씨를 이날 변호사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동안 검찰은 철도레일 체결장치 납품업체 AVT사가 김 전 이사장을 비롯한 정관계 곳곳에 로비를 벌인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검찰은 3일 소환한 권 씨에게서 “나는 이 씨가 건넨 수천만 원을 김 전 이사장에게 건네는 배달부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확보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이사장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의 자살로 납품업체나 발주 업무를 담당한 실무진과 관료 사이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철피아 수사의 또 다른 한 축인 삼표그룹 비리 수사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E&C는 국내 철도궤도 공사 1위 업체로 시설공사 및 납품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오혁 hyuk@donga.com·황성호·장관석 기자
#철피아#김광재#권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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