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 ‘빅2’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열전이 시작됐다. 새 지도부를 뽑는 7·14 전당대회는 박근혜 2기 정부의 당청(黨靑) 관계를 재정립하고, 2016년 국회의원 총선 공천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잇따른 인사 참극으로 여권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어서 강력한 리더십의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을 먼저 만났다. 전대에 임하는 포부와 비전, 경선 전략을 들어봤다. 》  

▼ “黨 대표는 고행-헌신의 자리… 미래 권력 디딤돌 돼선 안돼” ▼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
대통령 어려울때 돕는게 의리… 朴정부와 정치적 운명 함께 할 것
‘수평적 당청’ 복원, 국가 개조 앞장


새누리당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6층 회의실에서 당권 도전의 이유와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
 의원은 “밤잠을 설칠 정도의 강행군이지만 힘들지 않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6층 회의실에서 당권 도전의 이유와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 의원은 “밤잠을 설칠 정도의 강행군이지만 힘들지 않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서청원 의원(71·7선)의 발언 중 유독 ‘동행(同行)’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이미 한번 한 당 대표직에 왜 도전했느냐고 묻자 “대통령이 어려울 때 동행을 해주고 같이 힘을 보태드리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봉사하겠다는 사람의 의리고 도리”라고 했다.

특유의 열정적인 태도로 인터뷰에 응한 서 의원은 당 대표 자리를 ‘고행’이요, ‘짐’이라고 했다. 그는 담배 한 대를 입에 문 뒤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심정”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고 뒷받침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길”이라고 했다. “당선되는 날 딱 하루 기쁘고 나머지 2년간은 ‘토네이도’에 빠지는 것을 잘 안다”고도 했다.

서 의원은 3일 출마 선언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했다. 그는 “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며 “박근혜 정부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개했다. 서 의원은 “내가 왜 이번에 출마했는지 대통령도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사심이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면서도 결국 강력한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을 거론했다. 그는 “집권 2년차에 당 대표에 도전하는 사람은 다른 욕심이 없어야 한다”며 “김 후보가 정말 당을 위해 헌신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나는 미래(대권 도전)를 생각 안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의원에게 박 대통령은 어떤 의미인가.

“박 대통령을 처음부터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왔다. 지금 대통령이 어렵다고 같이 동행을 안 해주면 정치선배로서 의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잘나가면 (대표를) 안 할 수도 있다. 어려울 때 몸을 던져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의리다. 어렵다고 피해서는 안 된다.”

―성공한 대통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적폐 개조를 정부가 아무리 하려고 해도 정치권에서 합의가 없으면 안 된다. 새누리당이 정치에 관한 책임을 지고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여의도정치를 복원시켜 난국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책임대표론’을 들고 나왔다.

“웬만한 건 전부 여당 대표가 정치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진언할 것은 진언하고 잘못된 부분은 진로를 바꾸도록 해야 한다. ”

서 의원은 당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라”라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한 사례이자 수평적 당청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당 대표를 하지 않았나. 왜 또 하려 하나.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오히려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 경륜과 경험을 모두 쏟아내 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내가 과거 대표 시절 잘못한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어떤 의미인가.

“집권 2, 3년차가 가장 중요하다. 당이 혼신의 힘을 다 쏟아서 정열을 갖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자칫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맡을 경우 당청관계가 어려워진다. 사심 없이 국가 개조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나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무성 의원은 자신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순리’라고 했는데….

“본인이 다른 욕심이 없었으면 좋겠다. 대통령 집권 2년차에 미래 권력을 위해 당 대표가 된 적이 없다. 다른 대선 주자들한테 엄청나게 불공정 경선이 되는 것이다.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당청은 두 개의 수레바퀴다. 하나가 삐끗하면 고장이 나서 굴러갈 수가 없다.”

당 대표가 되면 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다른 주자들을 끌어안고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정치권에서는 스킨십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서민경제특별위원회’를 만들 것이고 자신이 위원장이 되겠다고 했다. 7선 의원이면서 대한민국에 땅 한 평 없는 자신이 나선다면 국민이 공감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했다. “나의 진정성을 당원들이 이해해 준다면….”  

▼ “朴대통령 성공은 나의 숙명… 부산사나이 의리 믿어달라” ▼

‘비주류 좌장’ 김무성 의원
정치 30년… 미래 향해 나부터 혁신, 당선땐 ‘대표 공천권 행사’ 원천봉쇄
인사탕평으로 모든세력 포용할 것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김무성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7층 의원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은 “난 부드러운 사람”이라며 꼭 웃는 사진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김무성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7층 의원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은 “난 부드러운 사람”이라며 꼭 웃는 사진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가깝다가 뜻하지 않은 일로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쳐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 주어져 있다.”

김무성 의원(63·5선)은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운명’이라고 했다. 한때 원조 친박(친박근혜)에서 이제는 비주류 좌장으로 불리는 그의 인생 역정을 떠올렸다. “김무성이 당 대표가 되면 박 대통령을 흔들 것”이라는 경쟁 진영의 공격을 겨냥한 듯했다.

김 의원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나이로 보나 당 경력으로 보나 내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순리(順理)”라며 “대통령도 나의 승리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7층 의원실에서 만난 김 의원은 “당선이 되면 나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 누가 와도 (공천권에) 손대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제도를 만들어 놓겠다”고 강조했다. 대권도전 의향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 생각할 때 현재로선 자격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했다. 당 대표를 마친 뒤 도전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을 생각할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권도전 의사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의원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삼사일언(三思一言·말을 할 때는 세 번 생각하고 한다)’이라는 글귀가 크게 다가왔다.

―출마 일성(一聲)으로 압도적 표 차로 이기겠다고 했다. 자신 있나.

“지금 다들 이대로 전당대회 끝나면 당이 온전하겠느냐고 걱정한다. 확실하게 큰 표 차로 이겨 분열 같은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이번 전대 의미를 ‘과거냐 미래냐의 선택’이라고 했는데….

“내가 정치한 지 30년 됐으니 나도 과거 정치인이다. 이제 우리 모두 과거에서 빠져나와 미래로 가자는 말이다. 나부터 혁신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혼탁 과열의 경고등이 켜졌다.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키우며) 전대가 화합의 장, 축제의 장이 돼야 하는데 이전투구라고 하니까 환장하겠다. 나는 상대 후보 이름조차 거론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선거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TV토론 2회, 합동연설회 4회 빼고는 개별적인 선거운동이나 각 지구당 당원협의회 방문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자신은 “선거운동 첫날이지만 한가하게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했다.

―김 의원에게 박 대통령은 어떤 의미인가.

“만남 자체가 운명이다. 순탄한 국회의원 생활을 하다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 맡아서 ‘친박 좌장’이 됐고 결국 공천을 못 받았지 않나. (웃으며) 그래서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이 시작됐다. 또 훌륭한 대통령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으로 직언하다가 또 거기서 멀어졌다. 그런데 또 대선 때 어려워진다고 해서 책임을 맡겼다. 충실히 하고 떠난 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있는데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또 나를 어렵게 만든다.”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전임 친박 지도부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신중하게 생각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일방적 지시였다. 국민들이 보고 있고 당 지지율도 떨어졌다. 바로잡지 않으면 당의 미래가 없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 한다면 의리 없다는 소리 듣지 않나.

“언론 인터뷰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면 ‘김무성 의리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기 기다렸다가 그런다고 하니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내가 아니라고 해명하면 또 공방이 되고 네거티브에 말려드는 거다.”

실제로 김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대답을 안 한 걸로 해달라고 했다. “‘의리’ 하면 부산 사나이 김무성인데 고유 브랜드를 (서청원 의원에게) 빼앗겼다”는 농담도 했다. 무대(무성대장)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서는 ‘마초’ 이미지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제1 혁신책은 무엇인가.

“당내 인사탕평이다.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인사탕평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한다. 모든 세력을 포용하고 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정치는 포용”이라며 “그것 못하면 정치해선 안 된다. 정치하면서 화내는 사람이 제일 바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다혈질로 알려져 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고성호 기자
#서청원#김무성#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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