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7·14전당대회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이 9일 2차 합동연설회에서 정면충돌했다. 서 의원이 김 의원을 향해 차기 대선 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다걸기(올인)할 사람은 서 의원이라는 암묵적 메시지가 깔렸다. 김 의원은 맞대응을 자제했다.
○ 서청원 “대권 포기하라”
‘친박(친박근혜) 맏형’인 서 의원이 김 의원을 향해 돌직구 승부수를 먼저 던졌다. 서 의원은 이날 경북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연설회 연설 도중 마이크를 들고 무대 밑으로 내려와 “김 의원이 순수하게 박근혜 대통령만 돕겠다고 생각하고 2017년 대통령 후보를 포기한다고 분명히 선언하면 나도 당을 위해 중대한 결정을 하겠다”고 돌발 제안을 했다.
서 의원이 ‘중대 결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김 의원이 대권 포기를 선언하면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보이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차기 당 대표 자리를 위해 전면전에 나설 명분을 쌓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은 이어 “친박연대를 만들어 박 대통령을 지켰고 감옥까지 갔다 왔지만 욕심이나 사심이 없다”며 “박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하면 국민이 불행해지기 때문에 의리의 서청원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견 발표 내내 김 의원을 정조준했다. 그는 “세종시를 박 대통령이 지키자고 했는데 반대한 사람이 김 의원”이라며 “사람은 신뢰가 있어야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과거부터 박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약해 앞으로 원활한 당청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김무성 “안 말려든다”
김 의원은 서 의원의 정견 발표 내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서도 “박 대통령의 성공 없이는 새누리당 대권은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별다른 언급 없이 사전에 준비한 원고대로 연설을 마쳤다.
그는 “당이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박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다”며 “새누리당을 짓눌러온 부패, 기득권, 수구적 이미지를 떨쳐내 위기에서 대통령을 구하자”고 강조했다. 향후 청와대와 협조할 것은 하되 견제도 하겠다는 의미다. 친박계 맏형인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청와대 견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계산이다.
김 의원은 또 “준비된 당 대표는 과연 누구냐”며 “당내 인사 탕평으로 하나가 되는 새누리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친박계인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직자들이 친박계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 후보가 대권주자로 띄워줘 감사하지만 그동안 부족함이 많아서 (대권주자)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밝혔다”며 “(서 의원이) 돌발적으로 그런 질문을 한 데 대해 내가 대답한다면 말려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 의원이 김 의원의 세종시 반대론을 강조한 데 대해 “나는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절충안을 냈지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 “사퇴 검토 수순” vs “사퇴 없다”
이날 연설회 직후 서 의원의 중대 결정 배경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 의원 측은 서 의원의 중대 결정에 대해 “서 의원이 사퇴를 검토하면서 명분을 쌓기 위해 던진 질문인 것 같다”면서 “청와대가 도움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시위성 발언으로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 측은 “김 의원 측이 전체적인 맥락을 외면한 채 악의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서 의원은 중도 사퇴할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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