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강행 다음날 낙마… 한치앞 못본 人事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정성근 “다 설명 못드리지만… ” 野 추가폭로 압박에 결국 자진사퇴
장관 6명 임명… 상처뿐인 새출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전격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다 새로 출범한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결국 ‘정성근 카드’를 접었다. 하지만 한 템포 늦은 결단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여론에 맞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비판은 비판대로 받고,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출범은 상처로 얼룩졌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다 설명 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게 해드렸다.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거짓말 논란’으로 청문회가 파행된 뒤 저녁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셨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여론이 악화됐다.

정 후보자의 사퇴는 전날 청와대 기류와 180도 다른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다시 요청해 임명 강행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밟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까지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임명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우려의 목소리가 전달되면서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여권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이 사퇴의 직접적 이유라는 관측도 있다. 야당은 정 후보자의 주변 문제를 집중적으로 캤고 일부 언론에서도 이를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 사실을 여당에 알렸고, 여당은 청와대로 통보해 정 후보자의 사퇴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의 사퇴로 여야 관계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0일 박 대통령을 만나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 후보자의 임명 재고를 요청했다. 전날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에 이어 정 후보자의 사퇴로 박 원내대표의 요구사항은 모두 수용된 셈이다. 다만 야당은 잇단 인사 참극의 책임론을 부각시켜 대여 공세의 고삐를 조일 태세다.

박 대통령은 16일 야당이 반대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재가했다.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등 장관(급) 후보자 5명의 임명도 재가해 세월호 사건 석 달 만에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은 출범했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 쇄신 과정에서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인사 참극이 잇따르면서 국정 불신이 더 깊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성근#강행#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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