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일대사에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흥수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이사장(77·사진)이 내정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유 이사장이 현재 일본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아그레망을 받으면 역대 최고령 주일대사다.
경남 합천 출신인 유 이사장은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해 경찰에 투신한 뒤 전두환 정부에서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과 충남도지사, 대통령정무제2수석비서관 등을 거쳤다. 이어 부산을 지역구로 12, 14, 15, 16대 의원을 지냈다. 현재는 새누리당 상임고문이다.
유 이사장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인사들 모임인 ‘함덕회’ 회원이기도 하다. 함덕회에는 당시 시도지부장인 양정규 정창화 김종하 김기배 목요상 하순봉 최돈웅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모임 명칭은 양 전 의원이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제주도 함덕해수욕장에서 모임을 주선해 붙여졌다. 동향(同鄕)인 전 전 대통령과도 각별해 지금도 종종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이사장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 동문인 데다 경남중고 동창회 멤버이기도 하다. 유 이사장은 경남중, 경기고를, 김 비서실장은 마산중, 경남고를 나왔다. 두 사람은 의원 시절 국회 정보위나 당내 중진 모임인 ‘한백회’ 등에서 함께 활동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의원 시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과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을 지내 한일 현안에 밝다”며 “일본 내 정치 원로들을 움직여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유 이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장의 주일대사 내정을 보도한 산케이신문은 “일본어가 유창한 지일파(知日派)”라며 “한일의원연맹을 통한 교류로 일본 정계에 지인이 많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일본 내 상당수 한일관계 전문가는 유 이사장에 대해 “잘 모른다”며 의외의 인물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일대사는 전임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15일 귀국한 이후 한 달 넘게 공석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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