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 LTE망 놔두고… 정부 “2조 들여 새 전용망 깔겠다”
“예산낭비… 돈도 더 들것” 지적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을 위해 수조 원의 거액을 들여 새로운 전용망 구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미 이동통신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을 3겹으로 구축해 둔 마당에 추가로 자가망(自家網·전용망)이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은 “재난망은 LTE 자가망 위주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31일 재난망 구축 계획을 확정해 발표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가망 구축 예산은 10년간 2조2000억 원으로 이통사들의 기존 상용망을 활용할 때 드는 1조9000억 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또 통신 보안을 위해 자가망 구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복수의 통신 전문가는 “새로 만드는 비용과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비용이 어떻게 비슷할 수 있냐”며 “정부가 자가망 구축 예산을 일부러 낮게 책정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기관들은 “과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자가망과 상용망에 드는 비용 격차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산정 근거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이통사들은 LTE로 자가망을 구축할 경우 최고 5조 원이 든다고 추정한 바 있다.
자가망 유지 비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난망을 자가망으로 구축할 경우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다시 통신망을 깔아야 하는 폐단이 생긴다”고 말했다.
자가망 구축 이유로 보안성을 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쟁 등 국가안보 상황에 쓰이는 국가지도통신망도 KT의 상용망을 쓴다”며 “상용망으로도 보안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정보화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사업을 거쳐 2017년 재난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재난망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논의가 시작됐지만 11년 동안 예산 문제로 진척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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