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연내에 시청자들은 ‘1박2일’ ‘무한도전’ ‘런닝맨’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인기 프로그램을 볼 때 현재(약 6분)보다 두 배가량 길게 광고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 주말 드라마나 평일 미니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형별로 광고 시간을 제한해온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4일 발표한 ‘3기 방송통신위원회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에는 △연내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광고 규제 완화 △이르면 내년 다채널서비스(MMS)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지상파를 위한 8월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 지상파 광고에 날개를 달아줘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1시간에 토막 광고 3분, 프로그램 광고 6분, 자막 광고 40초 등 유형별로 광고 시간을 제한받고 있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률이 높아 광고 단가가 비싼 프로그램 앞뒤로 광고를 많이 배치할 수 있다. 현재 광고총량제가 적용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시간당 평균 10분, 최대 12분 내에서 광고를 편성한다. 이 기준을 따른다면 지상파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에 최대 12분간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광고 수입이 현재보다 1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PP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상파 방송사 위주의 규제 완화는 광고시장 독과점을 고착화할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의 이익에 지나치게 경도된 정책이라는 여론에 방통위는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나아가 지상파 방송사의 숙원인 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시청자 권익 침해라는 비판이 많았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는 이를 의식한 듯 “지상파의 중간광고는 시청자들에게 주는 영향이 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 지상파 채널 더 늘어날 듯
방통위는 ‘지상파 일병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떨어져 방송콘텐츠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허원제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과거에는 강력한 시청률로 광고시장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지금은 취약한 매체로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체 방송광고시장 중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들의 점유율이 2012년 기준 70.6%에 이르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상파=취약 매체’라는 공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방통위가 당장 내년에 지상파 MMS를 허용하면 방송시장 독과점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지상파는 MMS를 통해 추가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고도 1개 채널을 4개까지 늘릴 수 있다. 방통위는 광고가 없는 무료방송 형태로 MMS 실시를 검토할 방침이지만 EBS를 제외한 나머지 지상파 방송사의 생각은 다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일단 MMS가 허용되면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비용 등을 이유로 광고 송출을 요구하는 것은 자명한 수순”이라고 꼬집었다. ○ 부처 간 불협화음에도 지상파 편들기
방통위는 지상파의 초고화질(UHD) 방송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화했다. 지상파의 UHD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면 이 주파수 대역에 최소 54MHz 폭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48MHz 폭밖에 남아 있지 않다. 방통위는 2012년 1월 이 대역의 총 108MHz 폭 중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키로 의결한 상태다. 20MHz 폭은 최근 국가재난안전통신망 할당이 유력해졌다.
방통위는 “재난안전망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으니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확보해 둔 주파수 대역을 뺏길 소지가 생긴 이동통신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도 엇박자로 가고 있다. 주파수 신규 배분 및 재배치 권한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이 1일 “정책 결정을 쉽게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방통위 방침에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한 바 있다.
:: 광고총량제 ::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시간만 제한하고, 개별 광고당 시간과 횟수 유형 등 세부사항은 방송사에서 자율로 정하는 제도
:: 다채널방송서비스(MMS·Multi-Mode Service) ::
데이터 압축기술을 통해 현재의 1개 방송 주파수 대역(6MHz 폭)을 여러 개로 나눠 최대 4개 채널을 동시에 전송하는 방송서비스
::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 ::
현재의 고화질(HD)TV 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초고화질 해상도를 지원하는 방송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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