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구타사망 파문]별도의 가혹행위 조사결과 발표
“ 가해자 3명중 2명 조치없이 전역… 검찰에 성추행 등 혐의 수사 의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윤모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4일 국방부가 제도 개선 권고를 외면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동안 개별적인 권리구제 외에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방부 등 정부에 수차례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005년에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이어 2006년에는 ‘군복무 부적응자 인권 상황 실태조사’, 2011년에는 ‘군 영창 방문 조사’ 등을 해왔다.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다 사망한 병사, 강제추행을 당한 병사, 인분 먹기를 강요당한 병사 등 수많은 진정 사례를 접수해 조사한 뒤 국방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해왔다.
현행법상 인권위가 정부기관에 권고 내용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정부기관은 인권위의 권고 내용에 대해 90일 이내에 ‘이행계획’을 보내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 인권위는 정부기관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 권한은 없지만 언론이나 국회에 알려 권고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동안 군 인권 침해 관련 사건이 끊임없이 재발해온 점을 비춰볼 때 인권위는 각 기관이 권고 내용을 이행하지 못했음을 알고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도록 제대로 된 감시와 조치를 못한 셈이다.
현 위원장은 “앞으로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더욱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직권조사 등 별도의 조사와 대안을 마련해 군 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 내용이 사고 발생 후 진행되어야 할 당연한 절차를 재차 지적하거나 ‘교육 강화와 얼차려 남용 대책 마련’처럼 선언적 수준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지적 때문에 국방부 역시 ‘전 간부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했다’며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밝히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군 인권 관련 시민단체가 진정을 제기한 육군 의무부대 소속 임모 이병 사건에 대한 직권 조사 결과도 4일 발표했다. 인권위는 임 이병이 선임병들로부터 폭행과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과 관련해 해당 부대에 고질적인 악습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0월 직권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임 이병에게 폭행과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한 가해자는 3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1명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2명은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고 전역했다. 인권위는 4일 검찰총장에게 전역한 가해자 2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에게는 파견 병력을 관리 감독하는 규정을 제정하고, 업무 매뉴얼을 수립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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