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 뒷돈 진흥원 실장… “처남 자리도 마련해달라”, 승진청탁 노린 철도간부… 납품사에 내부문건 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국회의원 司正정국]이런 ‘관피아’들도…

“진짜 ‘관피아(관료+마피아)’는 거물급이 아니다. 선후배로 끈끈하게 연결된 중간간부들이다.”

관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6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연루된 비리에서 진짜 관피아는 따로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부처 및 공기업 등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뒤 민간업체를 오가며 친분을 이용해 납품 및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 ‘숨은 몸통’이라는 얘기다.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SAC)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벌이는 동시에 학교의 인허가 및 평가를 담당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문모 성과감사실장(47)과 깊은 유착 관계를 맺은 게 그 사례다. 문 씨는 ‘교피아’(교육+마피아)였다. 2009년 SAC 교학처장을 통해 알게 된 SAC 김민성 이사장(55)에게 “처남을 SAC 직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SAC는 문 씨가 직업학교들을 감사하는 진흥원의 팀장이어서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이를 수용했다. SAC 측은 2012년 진흥원이 맡고 있는 신규 개설 과목 평가 등에서 부실 운영이 적발되자 문 씨에게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현금 3000만 원을 건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뒷돈을 받은 문 씨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5일 구속 기소했다.

대외비 문서를 전달한 뒤 접대를 받고 승진에 도움을 달라고 요구한 ‘철피아’(철도+마피아)도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고속철도 레일체결장치 납품 업체인 AVT로부터 한국철도시설공단 내부 대외비 서류와 감사 관련 자료를 전달해주고 향응을 받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등)로 한국철도시설공단 황모 궤도PM 부장(47)을 5일 구속 기소했다.

황 씨는 지난해 6월 호남고속철도 구간에 부설한 AVT 제품이 표준 규격 등의 기준에 미달된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공단의 내부 서류를 빼내 AVT 측에 전달했다. 해당 서류에는 공단에서 의혹을 받는 제품의 성능시험 결과를 확인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노출돼선 안 되는 자료였다. 그럼에도 황 씨는 총 18차례에 걸쳐 AVT에 공단의 내부 자료를 건넸고 그 대가로 노래방 접대를 받는 등 약 250만 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았다. 자신의 박사 논문에 필요한 실험까지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황 씨는 공단 윗선과 친분이 있는 AVT 간부에게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관피아#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대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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