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매출 하락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실제로는 유료방송 채널 재송신료와 프로그램 판매 등 부가수익으로만 연간 6000억∼70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KBSN 등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통해 매년 7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논리만 반영한 각종 규제 완화 정책들을 쏟아내 중소 PP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막대한 부가수익 올리는 지상파
6일 방통위에 따르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지난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터넷TV(IPTV)사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재송신료(지상파 채널을 실시간 송출하는 대가)는 1255억 원이었다. 2012년 601억 원에서 갑절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방송 가입 가구 수에 280원을 곱한 돈을 받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디지털방송 가입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올해도 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료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그런데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추가적으로 가입자당 재송신료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브라질 월드컵 중계에 따른 추가 재송신료까지 요구하고 있다. 일부 플랫폼사업자들이 “재전송료에 모든 콘텐츠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거부하자 SBS 등은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판매로도 한 해 5300여억 원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케이블TV, IPTV 등에서 주문형비디오(VOD) 판매량이 매달 150억 원 안팎(연간 18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 계열사로 유료방송 장악한 지상파
지상파 방송사들의 떨어진 광고매출액은 계열 PP를 통해 충분히 만회하고 있다. 지난해 11개 지상파 계열의 방송 매출액은 7427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지상파 계열 PP들이 콘텐츠 제작에 적극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KBSN은 지난해 ‘최고다 이순신’ ‘1박2일’ 등 KBS의 인기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데 640억 원을 썼지만 자체 프로그램 제작비는 538억 원에 불과했다.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할 경우 관련 업계에서는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액이 최소 1000억 원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방통위의 지원 아래 다채널서비스(MMS)와 초고화질(UHD) 서비스 등 지상파 숙원사업이 추진될 경우 방송 시장의 ‘지상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방통위 정책들은 지상파 독과점 형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지상파로 광고물량이 몰리면 다양성을 추구하는 종편이나 PP들은 시장에서 견디기 힘든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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