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약상들이 북한과 중국 국경일대에서 벌어지는 마약 밀매에 '꽃제비(거리를 떠도는 걸식 아동·청소년)'들을 대거 동원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가 8일 보도했다. 꽃제비들은 마약 운반인 줄도 모르고 심부름을 했다가 중국에서 범죄자로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연락이 된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주민은 "평양, 함흥 지방에서 밀려든 빙두(마약)가 야밤에 중국으로 넘겨지고 있다"면서 "대부분 꽃제비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RFA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마약상들은 국경경비대와 짜고 물건을 넘길 수 있지만, 최근 중국 변방부대의 단속이 심해져 두만강을 건널 때 10대 꽃제비들에게 시킨다는 것이다. 마약 보따리를 주고 중국 마약 상인에게 전달케 하는 방법인데, 성공하고 돌아오면, 인민폐로 500위안(한화로 8만4000원) 정도를 준다는 게 이 주민의 설명이다.
문제는 꽃제비 청소년들이 봇짐 속에 있는 물건이 마약인 줄 모르고 중국으로 나르다가 범죄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변방부대 군인들에게 단속되면 최고 공개처형까지 당한다고 RFA는 전했다.
실제로 '아편전쟁'의 역사가 있는 중국에서는 마약 사범에 대해 엄벌하고 있다. 아편은 1kg 이상, 필로폰과 헤로인은 50g 이상만 제조 밀수 운반 판매해도 15년 이상의 징역형, 최고 사형에 처한다.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6일과 7일 한국인 마약사범 3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한 탈북 꽃제비 청소년은 "한번은 마약 보따리를 안고 압록강에 뛰어들었다가 맞은편에서 중국 변방대원들이 포위해서 5km까지 강을 따라 떠내려간 적도 있다"고 RFA와의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이 청소년은 "북한 마약 상들도 마약 보따리를 잃어버릴까 봐 강을 따라 쫓아 내려갔고, 북한 국경경비대들은 도강으로 오인하고, 총을 사격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꽃제비들이 이렇게 마약을 나르다가도 중국에 붙잡히면 길림성 장춘시에 있는 외국인 집결소로 끌려가 10년 이상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에서 북한에 마약 밀매범을 데려가라고 통지해도 북한당국이 일절 접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꽃제비 소년들은 최고 무기징역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일생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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