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민생… 가슴 시커멓게 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朴대통령, 작심한듯 정치권 압박… 시급한 법안 19개 일일이 열거
“일자리 창출, 맨입으로 되나… 法 하나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軍폭력 예방 대책 ‘독서코칭’ 제안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급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할 법안 19개를 일일이 열거하며 정치권을 강하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분량만 A4용지 7장에 달했다. 내각을 향해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을 독려한 것이다.

앞서 1일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첫 경제 현안 월례브리핑을 통해 이들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9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회가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총대를 멨다. 최 부총리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을 차례로 만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여의도 정치권을 향한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 “말로만 민생 하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든 정책은 국회가 초당적 협조를 해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 계류돼 있는 법안들의 내용을 국민이 정확하게 들으면 ‘저건 나를 위한 법안 아니냐’ ‘저게 내 일 아니냐’ 이렇게 모두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시작으로 19개 법안의 주요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법안을 소개하는 중간중간에 “일자리 창출이 맨입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급등할 때 만들어진 법이 아직까지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말로만 민생 하면 안 된다. 말보다 법 하나라도 빨리 통과를 시켜야 한다”며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법안만 통과되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 길이 훤히 보이는데 그것을 안타깝게만 바라보고 있으니 모든 사람의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며 “이렇게 판단을 잘못해 우리가 낙오해 기회를 잃으면 다시 일어날 수 없는데, 나중에 가슴을 치게 된다면 그때 누구를 원망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 압박에 나선 것은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 요구가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점도 자신감 회복의 원인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 20일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잇달아 열어 경제 활성화 드라이브의 속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 독서 코칭 프로그램 군내 확대

박 대통령은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문교육’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군내 가혹행위 및 폭행을 막으려면) 인간존중 가치가 몸에 배야 되는 것이지 법과 제도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며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같이 힘을 써서 군내 독서실 지원을 확대하고 ‘독서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사건들로 인해서 우리 군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며 “군이 심기일전해서 안보태세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독서 코칭#민생#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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