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민생-문화’ 작은 사업부터 교류… 北실질적 변화 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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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작은 통일론’ 구체화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입춘(立春)은 날이 추울 때 온다. 남북 관계도 어렵고 힘들지만 추울 때 입춘이 오듯 조만간 좋은 기운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앞서 여야 대표들과의 환담에서 이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 등 한국 정부가 내민 손을 북한이 조만간 잡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비친 것이다. 광복절 경축사에 담은 다양한 대북 제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보인다. 2기 내각의 주요 화두가 경제 살리기와 함께 대북정책 변화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추진”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북한 당국에 직접적 이득이 없는 사업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장 먼저 ‘하천과 산림의 공동 관리’를 제안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나무 심기를 전 군중적 운동으로 힘 있게 벌여 모든 산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산림녹화 사업을 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추진하는 ‘통일코리아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도 북한 나무 심기 운동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통일대박론’이란 거대 담론을 내놓았다. 이어 3월 ‘드레스덴 통일 구상’으로 남북 간 교류 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선 “정부는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씩 추진하겠다”며 세부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점점 세부적으로 접근하면서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교류를 확대한다는 이른바 ‘작은 통일론’이다.

북한의 거부감이 덜할 문화 교류 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융합되려면 문화의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광복 70주년 문화사업을 남북이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광복 60주년이었던 2005년 남북은 사진전 개최 등 각종 문화사업을 함께 추진한 경험이 있다.

○ 박 대통령의 제안에 김정은 화답할까

박 대통령은 “스스로 핵을 포기한 카자흐스탄과,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베트남, 미얀마 등은 이웃나라들과 협력해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북한의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핵 개발에 대해 우회적으로 폐기를 촉구하는 톤이었다. 어려운 주제는 잠시 뒤로 돌린 셈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반응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북한이 흡수통일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드레스덴 구상’의 주요 과제를 담으면서도 이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사업을 먼저 제안하고, 북한이 반발할 소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외면한다면 당분간 대북 스탠스를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고민은 경축사에 포함된 ‘민생 인프라 협력’ 제안에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장기적 과제’로 돌렸다. 또 대규모 경제 협력에 앞서 취해야 할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재명 egija@donga.com·윤완준 기자
#경축사#김정은#작은 통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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