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영일]강경파가 받드는 ‘국민’은 어떤 국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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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혼돈의 새정치聯]
“왜 거리 나섰나” 질타하는 시민,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손영일·정치부
손영일·정치부
29일 정오 서울 종로구 삼봉로 종로구청 앞.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도심 선전전을 벌이려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당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시민단체의 격렬한 항의 때문이었다. 새정치연합 버스는 급히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곳 역시 항의성 시위에 가로막혀 멈추지도 못한 채 방향을 돌렸다. 세종대로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만난 40대 회사원은 “나는 보수도 아니고, 새정치연합이 얘기하는 진보도 아니지만 왜 제1야당이 거리로 나와 자꾸 엉뚱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당내 486그룹인 강기정 김기식 우상호 유은혜 의원 등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거리 선전전을 진행했지만 2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한 당직자는 “유 의원 정도 빼고 의원들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스스로 민망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28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린 새정치연합의 거리 선전전에서 50대 시민은 유인물을 건네는 의원들에게 “(국회의원들이) 대체 여기(거리)서 뭐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강기정 의원이 “국회의원은 밖에 나오면 안 된다는 거냐”고 반문하자 이 시민은 “참으로 한심하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강 의원이 “예끼, 이 한심한 사람아”라고 반말로 대꾸해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유가족의 뜻을 반영한 특별법 제정이 국민의 뜻”이라는 강경파에 등 떠밀려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국민의 뜻과 새정치연합이 말하는 국민의 뜻은 다른 것 같다. ‘장외투쟁 반대’ 서명에 참여한 중도파 의원들은 강경파들이 말하는 ‘국민의 뜻’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박주선 의원은 “우리 동네 분들은 ‘제발 세월호 정국을 끝내라’ ‘왜 의원들이 국회를 제쳐놓고 거리로 나서냐’ 등 우리 당에 대한 비판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전북 정읍이 지역구인 유성엽 의원은 “그분들(강경파)이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만났다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손영일·정치부scud2007@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세월호#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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