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제보자 보호 못하는 한국… 2013년 내부고발 42명중 25명이 쫓겨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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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6>관행이 돼 버린 부정부패
면전서 험담하고… 비리혐의 씌우고…

2011년 청소년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던 법무부 직원 B 씨는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었다. 보호관찰소 내에서 청소년들에게 자행되는 폭행과 성추행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B 씨의 제보로 보호관찰소의 적나라한 인권 침해 사례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법무부는 이를 계기로 소년 인권 부서를 확대하고 폭행에 가담한 일부 직원을 징계했다.

B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은 음지에 있던 청소년들의 인권 개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B 씨 자신의 인권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렸다. 파문이 가라앉은 뒤 B 씨는 4년간 맡았던 보호관찰대상자 관리 업무에서 배제돼 한직으로 밀려났다. 직장 동료들은 B 씨 앞에서 공공연하게 내부고발자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급기야 B 씨는 공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났다. 이듬해 재판을 통해 혐의를 벗었지만 B 씨가 돌아갈 자리는 없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정신지체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비밀스러운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내부고발자의 공익 신고는 부정부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내부 고발에 따라 수사를 벌인 결과 55건 가운데 40건의 부정부패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내부 고발은 여전히 ‘용기 있는 결단’이 아닌 ‘소수의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익 제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호루라기재단이 지난해 내부고발자 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조사 결과 25명이 제보 이후 파면 또는 해임 조치를 받았다. 절반 이상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또 응답자 28명은 공익 신고 후 생계유지가 어렵거나 배우자의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위한 정부의 보호조치도 제구실을 못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공공기관의 공익 신고자 보호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1305개 중 단 13개만이 해임 조치된 신고자를 복직시켰다.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제정되는 등 한국도 공익 신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신고자 보호와 보상 문제에서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해외에는 공익 신고를 보호하는 제도들이 잘 갖춰져 있다. 미국은 1986년 부정주장법(False Claim Act·일명 링컨법)을 제정했다. 만약 기업이 부당하게 정부 예산을 받았을 경우 회사와 관련 없는 제3자도 정부를 대신해 소송을 걸 수 있다. 재판에서 정부가 승소하면 신고자는 회수한 돈의 15∼30%를 받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가대혁신#골든타임#부정부패#내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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