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밥상서 쏟아진 “차라리 국회 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정치 냉소 극심해진 한가위 민심
“세비만 축내는 국회, 희망 끊었다”… “세월호法 매듭짓고 경제 살려라”



“이런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올해 추석 민심에서 정치권이 설 자리는 단 한 치도 없어 보였다. 5월 2일 이후 민생법안 처리 ‘제로’의 식물국회 오명 탓인지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선 ‘국회 해산’이란 단어가 자주 들렸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모 씨(38)는 “매달 꼬박꼬박 세비는 받아가면서 하는 일은 전혀 없다”며 “정쟁만 벌이는 국회는 더이상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시계를 완전히 멈추게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 다툼이 끝 간 데를 모르고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상황에서 정치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접었다는 말도 적지 않았다.

부산에서 학원을 운영한다는 이모 씨(38·여)는 “한마디로 정치에 대해 완전히 절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국민은 이제 희망을 끊은 상태”라면서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바닥”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국민 입장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서 빨리 매듭을 지어야지 싸우기만 하니 지겹다”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이 이제 경제 활성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강원 화천군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김동완 씨(46)는 “장기 침체로 책을 사는 사람이 크게 줄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결국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 씨(48)는 “대통령이 좀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든다. 세월호 갈등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과감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전국 종합
#추석민심#국회#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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