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장 앞서 귀부터 열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세월호 국론분열/꽉 막힌 정국]정치-사회 원로들의 조언
“양당체제론 이분법 타개 못해… 중선거구제 도입 모색해볼만”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국에 대해 정치·사회 원로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왜곡된 진영논리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자세에서 벗어나 사고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소통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기 말만 하려고 하고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식의 일방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에 대해서는 “원리, 원칙과 명분론에 집착하거나 자기 진영, 계보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뭘 양보했는지 타협의 소산을 평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제도적으로 진영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지금과 같은 지역구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양당체제에선 경쟁이 아니라 싸움만 이어지게 된다”며 “중선거구제를 도입해 이기고 지는 이분법적인 선거 구도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해 3, 4개의 정당이 경쟁을 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야는 싸우기 위해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의견만 쏟아내는 강경파 인사들의 언행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이진강 변호사는 “최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1심 판결에 대한 현직 법관의 비판을 보고 있자면 막말에 가까운 내용이 포함돼 있어 부적절해 보인다”며 “객관적인 의견을 정제된 표현으로 내놓는 게 중요하다. 극단적인 목소리에 파묻혀 객관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아무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법부가 내놓은 판결에 대해 여야 모두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치적 판결이라고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도리어 정치적 판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론분열#정국#양당체제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