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이래선 내가 뭘 하겠나”… 강경파에 탈당 배수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野 투톱 비대위 무산 후폭풍]친노 - 3선 등 휴일에도 잇단 모임
“원내대표직 내놔라” 연이어 공세… “탈당땐 당혼란 걷잡을 수 없어”
사퇴요구 의원들 분위기 반전… 朴, 비대위장 인선까진 자리지킬듯

“새정치聯 어디로…” 고민에 빠진 의원들 새정치민주연합 초·재선 강경파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김기식 배재정 이목희 의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정치聯 어디로…” 고민에 빠진 의원들 새정치민주연합 초·재선 강경파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김기식 배재정 이목희 의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소속 의원들은 일요일인 14일 계파별로, 그룹별로 모임을 갖고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을 당내 분란의 ‘속죄양’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맞서 ‘탈당 검토’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일부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정면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중도파 의원은 “당내 각 계파를 향한 무력시위 아니냐”라고 분석했다.

○ “원내대표직도 내놔야”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의원들의 연쇄 회동이 이뤄졌다. 오후 3시에는 친노(친노무현), 486을 중심으로 15명이 모였다. 유승희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당직의 사퇴를 촉구한다”며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공동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오후 5시엔 3선 의원들이 모여 비대위원장 및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당내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당에 타격을 줬고, 당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지도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퇴진 시 대안이 무엇이냐’고 하는데 지금은 퇴진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 朴, “내가 나갈 수밖에 없어”

박 원내대표는 이날 두문불출하면서 거취를 고민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위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일정을 잡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13일 주요 당직자들을 만나 “이래도 반대, 저래도 반대하면 어떻게 할 수 없다. 내가 나갈(탈당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까지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12일 중진들과 회동 당시 대안 없이 자신을 흔드는 데 대해 상당히 격앙했다는 후문이다. 한 당직자는 “박 원내대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이 있어 탈당을 결행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실제로 탈당을 결행할지는 미지수다. 제1야당의 대표 권한대행이 당내 반발을 이유로 탈당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박 원내대표가 곧바로 당직에서 물러나버리면 당내 선출직이 사라져버려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게 된다. 호남 3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당직을 던져버리면 당에는 시도당위원장 회의밖엔 남지 않게 된다”며 “박 원내대표가 이걸 알고 있는 만큼 무책임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박 원내대표의 탈당설이 전해지자 원내대표직 사퇴를 압박하던 의원들 몇 명은 박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직을 던지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더 어려워진다”고 설득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중도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잘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원내대표직까지 그만둔다면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강경파가 많은 당 구성상 후임 원내대표까지 친노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박 원내대표가 탈당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자신을 옥죄어오는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여당, ‘단독 국회’ 압박

새정치연합의 극심한 내분으로 국회 의사일정도 올스톱되자 새누리당은 ‘단독 국회’도 불사하겠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 운영위원회 의원들에게 상임위 소집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조속히 의사일정을 정하고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정 의장은 (새해 예산안 상정 법정 시한인) 12월 2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예산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강조해왔고 이를 지키기 위한 의사일정은 어떤 경우에라도 진행한다는 것이 확고한 소신”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의장은 15일 본회의 개최에 대해서는 “여야의 입장을 함께 살펴서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장택동 기자
#박영선#강경파#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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