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을 시사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잠적한 15일 내내 야권에서는 ‘탈당’, ‘분당’, ‘제3지대 창당’ 같은 말들이 오갔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붙이긴 했지만 야권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돈 것이다. 정계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당 사정이 어수선하다는 방증이었다.
○ 동반 탈당 시나리오
한 중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탈당하면 새정치연합은 130석에서 129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탈당할 경우 1인 탈당에 그쳐서 정치적 파장은 없다고 평가절하한 것이다. 의원들도 대체적으로 “박 원내대표를 따라 당을 나갈 의원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의원들은 별로 없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7·30 재·보궐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 ‘현재 모습으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가설 단계인 정계개편이 주목을 받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탈당 구상 배후에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박 원내대표가 주요 결정을 할 때 김 전 대표와 상의한 만큼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시사한 것은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중도파 의원들의 동반 탈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 시절이었던 2007년 초 의원 23명과 함께 탈당했고, 김 전 대표의 탈당은 열린우리당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김 전 대표 측은 불쾌해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2008년 총선 때 불출마하면서 박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의 지역구(서울 구로을)를 물려받는 등 각별한 인연이 있지만 동반 탈당이나 배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박 원내대표 측도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 제3지대 창당설… 호남 신당론도 나돌아
‘제3지대 창당설’도 돌고 있다.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석패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부겸 전 의원이 중심에 있다. 김 전 의원은 7·30 재·보선 이후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났는데, 이달 초엔 김한길 전 대표와 만나 제3지대 창당 관련 논의를 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김 전 의원 측은 “당의 장래를 논의하는 게 신당 논의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장외투쟁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의원 15명 중 호남 출신이 9명인 것을 근거로 한 ‘호남 신당론’이 돌기도 한다. 호남을 구심점으로 할 경우 지지기반이 뚜렷한 데다 서명파가 원내교섭단체 요건(2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들만으로 깃발을 들어도 원내 제3당으로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의당 등의 의석은 5석 미만이다. 그러나 호남의 한 재선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파괴력이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끼리는 ‘안 전 대표가 탈당하는 것이 제일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 친노-486은 분화 조짐
한편 한목소리를 내온 친노(친노무현)계와 486그룹의 분화 조짐도 엿보인다.
486 인사인 이인영 의원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불발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역시 486 인사인 우상호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친노 진영 내에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문 의원이 박 원내대표와 이 교수 영입을 사전조율하고 동의했다는 데 대해 한 친노 의원은 “문 의원이 오케이하면 우리가 다 동의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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