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상, 유럽-동남아 찍고 이란-러시아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15시 54분


이수용 북한 외무상. 동아일보 DB
이수용 북한 외무상. 동아일보 DB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로 10년 이상 근무하며 '김정일 비자금 지킴이' 역할을 했던 이수용 북한 외무상의 분주한 외국 방문 배경이 투자유치 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용은 2010년 스위스에서 귀국한 뒤 1년 동안 합영투자위원장을 맡아 외자 도입을 총괄한 바 있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15일 "이 외무상이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만나 민간 부문의 대북 투자확대를 논의했다"며 "자리프 장관은 '투자 확대는 북-이란 통상·경협 발전에 기여하고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투자방법이나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 관영 매체는 이 외무상의 이란 방문 소식만 전했을 뿐, 투자유치와 관련된 보도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 회의에서 외무상에 임명된 이수용은 5월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국가를 10여 일간 방문한 데 이어 7월에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계기로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을 순방했다. 7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외국 방문을 하는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지만 경협 확대와 투자 유치가 주요 목적이었다는 점이 이란 방문을 계기로 드러났다.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 차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외무상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러시아에도 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복수의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뉴욕 방문을 전후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이란과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보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북한-이란-러시아로 이어지는 '신(新) 악의 축'이 이 외무상의 방문 외교를 통해 반미 시위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외무상의 방문 외교가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폐쇄적 구조의 북한이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일 동력이 많지 않기 때문. 특히 북한에 투자해 수익을 남기더라도 이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에 휴대전화 통신망을 투자해 거액의 수익을 남겼지만 이를 본국에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오라스콤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올해 재무제표(6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분 75%를 갖고 있는 북한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는 5억1000만 달러(약 5269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00만 달러(약 310억 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돈을 회수하지 못한 오라스콤은 재무제표에 '비유동성 금융자산'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북한 당국의 규제로 현금 잔고인 북한 원화를 외화로 바꿀 수 없고 해외 송금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재무제표에는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로 자금조달이나 오라스콤 본사와의 금융거래, 북한 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사항도 포함됐다. 최근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가 '40년 전에 수출한 볼보-144 자동차 대금 300만 유로(약 40억 원)를 납부하라'고 북한에 독촉했다는 기사가 뉴스위크에 보도되기도 했다.

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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