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작전헬기 교체, 2년째 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권한없는 국방부 “조정하겠다”더니… 결론 못내고 방사청 떠넘겨

해군의 낡은 대(對)잠수함 해상작전헬기 교체 사업이 국방부의 월권과 책임 떠넘기기로 표류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이 탄도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잠수함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대비할 해군의 대잠능력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2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총 20대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사업과 관련해 국방부는 지난해 해외 도입이 결정된 8대를 제외한 12대를 어떻게 할지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국방부는 1년이 넘도록 ‘전력자원조정관리위원회’ 회의를 거쳤지만 아무 결정을 하지 못한 채 이 사안을 방위사업청에 다시 떠넘겼다. 현재 방사청은 해외 구매를 할지, 국내 개발을 할지 정하기 위해 외주업체에 선행연구를 맡긴 상태다. 사업 중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진행한 전력조정회의가 어떻게 무기를 도입할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없는 협의체라는 것. 방위사업법상 무기체계의 획득 방법을 정하는 권한은 방사청에 있다. 어떤 무기가 필요하다는 결정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하지만 기종 등 구체적인 도입 방법은 방사청이 결정하고 관련 예산을 집행한다. 국방부가 법적 권한도 없이 조정을 하겠다고 회의를 1년 넘도록 끌었고, 다시 이 사안을 떠안은 방사청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결국 시간만 1년 넘게 날렸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해상작전헬기 도입사업은 총 1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구축함 등에 배치할 해상작전헬기는 어뢰와 음향탐지장비(소나)를 갖추고 있어 적 잠수함 전력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상 전력으로 꼽힌다. 현재 해군이 보유한 해상작전헬기는 20여 대로 도입한 지 20년이 넘은 기종도 있다. 국방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대비하고 노후 전력을 교체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군은 6000억 원을 들여 영국 방산업체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8대를 사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구매해 2016년 전력화를 마칠 계획이다. 나머지 12대도 해외에서 도입하기로 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5월 전력화한 기동헬기 ‘수리온’을 해상작전헬기로 개조해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방사청이 진행하는 선행연구는 올 연말에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사업이 늦어져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는 비대칭 전력 중의 하나”라며 “최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과 이를 탑재할 수 있는 골프급(3000t) 규모의 잠수함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상작전헬기 도입이 차질을 빚는다면 해군의 대북 대잠능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은 70여 척으로 우리 해군보다 7배 많다. 한미 정보당국은 올해 초 북한 함경남도 마양도 잠수함기지에서 잠수함에 탑재하는 미사일 수직발사관으로 추정되는 장비를 포착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해상작전헬기#국방부#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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