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출신 첫 백악관 출입기자… “성공비결은 미국이 준 기회, 그리고 땀”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리갈라도 마이애미 시장, 14세때 동생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
“힘든 어린시절이 불굴의지 키워”

“페드로판은 다행히 제시간에 올바른 선택으로 비행기를 탄 사람들입니다.”

토머스 리갈라도 마이애미 시장은 쿠바혁명 정권의 무자비한 공산 독재를 거론하며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페드로판의 성공담을 소개했다. 그는 14세이던 1962년 4월 동생 마르코스와 함께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리갈라도 시장은 마이애미 지역방송국인 WFAB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3년 쿠바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백악관 출입기자가 됐다. 1989년 12월 2, 3일 지중해 몰타에서 열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간의 ‘미-소 정상회담’을 취재하기도 했다. 시장 집무실의 한쪽 벽은 당시 취재현장, 백악관 출입 당시 대통령들의 사진들로 빽빽했다. 쿠바혁명 및 공산화라는 냉전의 희생자였던 그가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한 역사적 선언의 장소에 있었던 것도 극적인 대목이었다. 이 순간에 대한 그의 기억은 의외로 담담했다. 리갈라도 시장은 “그 회담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며 “피델 카스트로 정권은 변함없을 것이기에 이 회담이 쿠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쿠바기자협회장을 지냈던 그의 아버지 토머스 리갈라도 시니어는 22년간 정치범으로 수용됐다가 1979년 74세에 석방됐다. 무려 17년 만에 마이애미에서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페드로판 친구들보다는 부모님과의 재회 시간이 훨씬 늦었던 것.

초기 미국 정착 과정에 대해 물어보자 “대부분의 페드로판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경험이 불굴의 의지를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동년배 친구들을 능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깨달았다는 얘기다.

1996년 9월 마이애미 시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진출한 그는 2009년 11월 마이애미 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기자와 정치인으로서 성공하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교훈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절대로 타협하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마이애미=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