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으로 안보리 회의 첫 참석 24일(현지 시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뉴욕=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5일 끝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유엔 데뷔는 다자외교에 집중됐다. 한중, 한일 등 양자외교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박창권 국민대 교수는 “이번 유엔 무대에서 한일, 한중일이 의미 있는 접촉을 갖기에는 국내 여건과 동북아 환경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였다”며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향후 만남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은 다음 달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나란히 참석한다.
박 대통령은 총회 연설에서 북핵과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미국과 함께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를 최초로 개최하는 등 남북관계의 원칙적 대응이라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북한은 15년 만에 유엔에 참석한 이수용 외무상이 27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이러한 한국의 주장에 적극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 미묘한 파장 불러일으킨 中 경도론
박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소재 주요 연구기관 대표 초청 간담회 참석 전에 배포한 연설문에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견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오해”라는 대목을 넣었다가 뒤늦게 취소해 미묘한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사전 배포한 간담회 연설문에 따르면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이 자리가 (오해의) 시각을 불식시키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돼 있었다. 청와대는 일부 언론이 연설문을 토대로 한미동맹 및 한중관계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자 “박 대통령이 실제로는 간담회에서 이 말을 하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특성상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 발전을 꾀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연설문 취소 해프닝으로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관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명예회복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등 일본을 겨냥한 대목도 있었지만 청와대가 발언록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태다.
○ 오바마, 안보리 정상회의 주재
박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이 회의는 이슬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와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이 핵심 의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FTF 분쇄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FTF는 해외 테러 집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외국 국적을 가진 개인을 뜻한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각국은 FTF를 막을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유엔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 고위급 회의에 참석했으며 국제기구인 ‘교육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십(GPE)’에 500만 달러(약 52억 원)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유엔 활동에서 내놓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당장 한국이 IS 퇴치에 본격 가담할 경우 현지 진출 기업과 교민의 안전이 우려된다. 현재 이라크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1100명 정도. 미수교국인 시리아에는 한국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제3국을 경유해 입국했을 가능성도 있다.
○ 한일 정상 만남 불발, 외교장관회담은 또 개최
이번 유엔 외교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조우는 불발했다. 대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8월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도 만났다. 9월 들어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호의적인 태도’에 일본이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일본 매체들은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11월에 열리는 국제회의에 맞춰 한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한국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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