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결정한 본회의를 하루 앞둔 25일 국회에는 전운(戰雲)이 감도는 가운데 여야 간 막판 합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측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여야 원내대표는 26일 회동해 특별법 처리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본회의 강행 여부도 원내대표 간 협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새누리당은 여당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91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소속 의원 158명 전원의 서명이 담긴 공문을 포함한 본회의 개의 요구서도 정 의장에게 전달했다.
단독 회의에 대비한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 겸임 의원들에게도 소집령을 내렸고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비해 ‘밤 12까지도 진행될 수 있으니 개인일정을 일절 자제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도 뿌렸다. 전체 158명 가운데 구속 기소된 박상은, 조현룡 의원과 유엔 회의에 참석 중인 나경원 의원을 제외한 155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는 여야가 함께 국정을 논하는 자리인 만큼 우리도 단독 국회는 피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지구상에 국회의원에게 국회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26일 본회의 개최는 안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 추이에 따라 등원 시기와 명분을 조율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무엇이든지 일방적으로 하면 후유증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일정을 무작정 미룰 수 없는 만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을 세월호 특별법 협상 타결의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국회 정상화에 나설 태세다. 이날 열린 박 원내대표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협상에서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그에 준하는 대안을 찾는 것에 상당 부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경우 여야 합의하에 다음 주에 국회 본회의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회의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정 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 잇따라 접촉했다. 26일 본회의 강행 쪽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여야가 어떤 형태로든 본회의 일정을 조속히 합의하라는 압박 전술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26일 오전 11시경 최종 본회의 개최 여부와 안건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다만 여야가 다른 날로 합의를 해온다면 연기도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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