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은 대부분 오바마 대통령 주도의 ‘집단 창작체제’로 작성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을 썼을 정도로 글재주가 있다. 백악관에서 연설문을 만들 때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골간을 잡고 연설문 작성팀과 핵심 보좌관 그룹이 연설문에 아이디어를 얹는 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1월 발표한 국정연설도 그랬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간의 주요 국정연설을 점검한 뒤 연설에 들어갈 핵심 주제를 선정한다. 그런 뒤 코디 키넌 연설문 작성팀장(32)과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37) 등을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호출한다. 미 노스웨스턴대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키넌 팀장은 감성에 호소하는 연설문 작성으로 유명하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현장에서 많은 감동을 준 오바마 대통령의 희생자 추모 연설도 그의 작품이다. ‘오바마의 남자’로 통하는 로즈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관련 연설에 깊이 개입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재하는 백악관 회의에서는 연설문의 큰 얼개가 그려진다. 무엇을 핵심주제로 할지, 어떻게 글을 전개할지를 놓고 대통령과 보좌관의 토론은 몇 시간씩 걸릴 때가 있다. 백악관 측은 “시간이 많이 걸리면 사과와 샌드위치 같은 간식이 사무실로 종종 들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자유로운 집단토론을 거치면 키넌이 주도하는 연설문 작성팀이 1차 원고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춘 로라 딘 등 핵심 연설 참모가 참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검은색 볼펜을 갖고 1차 원고를 첨삭한다. 한 페이지의 3분의 1가량이 수정되는 때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정된 원고를 갖고 키넌 팀장, 로즈 부보좌관 등과 2차 토론을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연설문 작성팀은 최종 원고 작성에 들어간다. 연설문 작성팀은 백악관 내 주요 팀을 찾아 연설문에 들어갈 사실관계를 확인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읽는 원고는 이 과정이 끝나고 한두 차례 추가 수정을 거쳐 완성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직접 연설문에 아이디어를 보태는 걸로 유명했다. 특히 2001년 퇴임 전 한 마지막 연설은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연설 직전까지 점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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