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 들고 협상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박영선 원내대표 5개월만에 하차]사퇴서 통해 중진-강경파 작심비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2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당내 ‘특정인’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이 두 차례나 추인을 받지 못하는 등 당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차기 당권에 혈안이 된 특정 세력이 원인이라고 못 박고 나선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 ‘직업적 당 대표’, 누구?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에게 보낸 e메일 사퇴서에서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인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대해서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라고 했다. 선박의 적재중량을 늘리기 위해 평형수를 줄인 것이 참사로 직결된 세월호 사건을 당의 현주소에 비유한 것이다.

당내에선 ‘직업적 당 대표’ ‘일부 극단적인 주장’ 등의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세월호 특별법 최종 협상안을 인색하게 평가하고, 비대위원장 외부인사 영입 시도 등 과정에서 박 전 원내대표를 공격한 범친노(친노무현)계 정세균 비대위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 비대위원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이미 3차례 당 대표를 했고, 다시 차기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족의 단식 농성에 동참하는 등 장외 투쟁을 주도한 친노계 좌장 문재인 비대위원을 비판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대표 선거 때마다 출마하고, 당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계파를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모습을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정세균 비대위원을 염두에 둔 발언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정 비대위원은 “‘박영선’스러운 사퇴문이다. ‘흔든다’는 표현은 전병헌 전 원내대표 시절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한 것과 같은 상황에 쓰는 말”이라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사퇴문 발송 몇 시간 전까지 ‘직업적 당 대표’ ‘일부 극단적인 주장’ 등의 표현을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작성한 사퇴문 초안에는 당내 반발 세력에 대한 비판 메시지가 보다 강한 톤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빈자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2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박 전 대표가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박영선 빈자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2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박 전 대표가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박영선, 당권 도전하나

박 전 원내대표는 헌정 사상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원내대표라는 자리에서 5개월 만에 내려왔다. 두 차례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이 당내에서 추인을 받지 못하면서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자신의 지지기반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박 전 원내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탈당 소동’을 벌여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지만,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결국 타결시켜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친노·강경파들의 흔들기가 워낙 강했던 데다 이로 인해 본인 스스로 강경 이미지를 벗었다는 얘기도 있다. 여전히 박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당내 세력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결집하면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지지자 혹은 당내 당권 주자 등 박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원내대표가 거취와 관련해 의견을 타진한 몇몇 지인들이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원내대표직을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당권 도전설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배혜림 beh@donga.com·손영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박영선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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