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수년 전부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다층미사일방어시스템에 고고도(高高度)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이 논의가 최근 2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미 국방부 고위 소식통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THAAD 배치)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언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미국이 THAAD 1개 포대를 경기 평택 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본보의 단독 보도(9월 5일자 A1·2면)와 관련해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간담회에서 “THAAD 포대의 한국 배치를 신중히 검토 중이고 이를 한국 정부와 협의(working with)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는 ‘공식 협의’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2일 “미 국방부로부터 THAAD의 한국 배치와 관련된 협의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미 국방부도 1일(현지 시간) 현지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THAAD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가진 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한미 간 다양한 채널의 실무 조율이 이뤄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래서 THAAD의 한국 배치 결정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지할 대응수단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데 한미 양국 모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가 “워크 부장관의 발언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고 부연 설명을 한 대목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미 국방부 측이 이날 ‘공식 협의’라는 전제를 붙여 설명한 대목도 양국 간 최종 합의가 타결되기 전 관련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는 ‘외교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소식통은 “그간 한미 양국이 다양한 급에서 THAAD의 대북 미사일방어의 효용성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해 왔다”며 “그동안 논의들이 (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한) 미국의 요구와 관련 없는 것처럼 한국 정부가 일축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한국 안보와 주한미군 방어를 위해 THAAD의 한국 배치를 희망하고, 한국도 이를 고려해 달라는 의향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낸 셈이다.
특히 이 소식통은 THAAD 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한미 양국 간 주고받는 형식으로 합의될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그는 “전작권 전환 문제 합의와 THAAD의 한국 배치 결정이 이달 하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와 외교 국방장관(2+2) 회담 과정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한미 간 두 사안을 ‘주고받기(quid pro quo)’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국의 의사를, THAAD 배치 문제는 미국의 의사를 각각 반영해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질 개연성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양국 간 논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정치적 결단을 남겨 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북한이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4차 핵실험을 할 것이고, 그에 앞서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사일방어시스템 강화 차원의 이 같은 논의는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적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격추할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방어
시스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망 체계 구축 과정에서 개발됐다. 중국은 미국의
THAAD가 중국의 대륙간탄도탄 근거리 감시를 목적으로 한다며 한국 내 THAAD 배치에 반발해 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