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북한 최고위급 인사 3명의 방남을 두고 국내 탈북자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렸다. 2007년 11월 남북총리회담 이후 7년여 만에 현직 총리가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등 모처럼 남북 간 대화 국면이 조성된 데 대해 탈북자들은 “과거부터 반복돼온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분석부터 “(북한의) 통일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근거”라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김정은(북한 국방위원회 제1국방위원장)이 이번 아시아경기의 성과를 본인의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최고위급 인사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의원은 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이 학교 경제학부 상급교원(교수)으로 재직하다 1994년 귀순했다. 그는 “선대에 비해 경륜이나 우상화된 사례가 부족한 김 위원장이 좋은 성적을 거둔, 그것도 적진에서 열린 아시아경기에 최측근을 보내 개인의 업적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김정은 전용기’를 이용한 것 역시 “김정은의 업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위급 인사의 방남을 통해) 북한이 진일보했다”면서도 “실질적인 진일보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출신의 전문가들은 특히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남에 주목했다. 황 정치국장은 그동안 김정은 체제의 핵심 인물로 꼽혀 왔다. 강명도 경민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룡해(노동당 비서), 김양건(통일전선부장)과는 달리 북한은 이례적으로 황 총정치국장에게 대통령급의 경호를 붙였다”며 “북한 야전군을 대표하는 그를 요란하게 한국에 보낸 것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북한 체제의 견고함을 보여주려는 계획된 이벤트”라고 진단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센터 소장은 “황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고 폐막식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북한은 이번 방문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체제 과시에 목적을 둔 만큼 이번 방남을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안을 갖고 온 것도 아니고, 오기 전에 밝힌 것처럼 북한 체육선수들을 격려하고 폐막식에 참여한 것밖에 없을 뿐”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이번 방남이 남북 간 화해 국면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탈북한 고경호 씨(45)는 “북한의 통일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겠느냐”며 “통일을 위한 대화가 마련되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탈북자 A 씨(57)는 “쇼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번 방남은 분명 의미가 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김정은이 보낸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탈북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광진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은 “김정은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나 공인이 없었으면 이번 방문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민 대표는 “예고 없이 최고위급의 방남을 진행한 점으로 볼 때 김정은 건강 이상 등 내부 문제를 숨기기 위한 전략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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