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동성(同性) 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 시장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동성 결혼 이슈에 공개적 지지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최근 여러 시민단체가 “서울시가 동성애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동성애에 부정적인 시민단체와 보수층, 기독교, 유림 등 각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는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박 시장을 단독 인터뷰한 자리에서 ‘대만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아시아 국가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박 시장이 이같이 말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박 시장은 “한국에서 동성 커플들이 아직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나는 한국의 헌법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신교 교회들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해 정치인들에게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인권의 보편적 개념에 동성애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은 활동가들의 손에 달렸고 일단 활동가들이 대중을 설득하면 정치인들도 따를 것”이라며 “이 과정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동성애 합법화 전 단계’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서울시가 시민 참여 방식으로 추진하는 과정과 겹쳐 나왔다.
또 박 시장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대체 복무도 허용되길 바란다”며 종교적 이유의 병역 거부 문제도 언급했다.
한편 안준호 서울시 대변인은 “인터뷰 당시 그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지 않았고 시장이 된 뒤 발언에 제약이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여호와의 증인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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