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한반도 정세]
‘대북 총괄’ 사일러 6자특사 포함… 대화 재개 움직임 주목
케리 美국무 “北 비핵화 진전 있으면 주한미군 감축 검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2기 대북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부 당국자들이 지난달 극비 방북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고위 소식통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2개월간 대화 신호를 보낸 북한의 진정성을 ‘살펴보는(probing)’ 차원의 방북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 외에도) 6자회담 전제조건, 북한이 취할 진정성 있는 조치와 그 범위 등을 폭넓게 논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대표단의 방북 사실을 확인한 또 다른 고위 소식통은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로 미국과 협상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북핵 포기에 합의한) 2005년 9·19 공동성명 무효화 시도일 수 있다”며 “북-미 협상이 본격화되더라도 가시밭길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 미국인 석방 계기로 북-미 대화 불씨 살릴 듯
사일러 특사는 2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유예하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6자회담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에서 ‘핵 활동중단’으로 6자회담 문턱을 낮추는 듯한 발언이다.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기류를 살려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의 22일 주한미군 감축 관련 발언 시점도 미묘하다.
케리 장관은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해 베를린을 방문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돼 비핵화 등에서 진전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우리도 이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 수요를 줄이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 위협 자체가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몇 주, 몇 달간 상황이 발전해 우리가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주한미군 축소 논란으로 커지는 듯하자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케리 장관 발언의) 방점은 빨리 비핵화를 하라는 데 있는 것이고 주한미군 감축은 먼 훗날 비핵화 실현 국면에서 논의될 문제”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발언이 미국에 ‘체제 안전 보장’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북한을 향한 모종의 메시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의론은 여전하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담당 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실없는 북-미 간 합의는 미 의회나 여론의 비난만 자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시간 끌기용 포석?
북한의 최근 대화 공세는 ‘시간 끌기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및 2+2회의, 그리고 11월 미중 정상회담 등 일정에 앞서 선제적인 대화 공세에 나섰다는 것. 관련국들의 대북 압박 기조를 와해시킬 목적에서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은 “워싱턴의 새로운 대북정책 라인을 겨냥해 대화 공세를 펴고 있지만 비핵화 의지는 없는 듯하다”라고 평가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가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은 ‘북핵 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의회의 비난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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