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선]연금개혁 나서달라는 靑 요청에도
與, 공무원 표심 걱정에 시간 끌어… 개헌 논란 이후 적극주도 양상으로
靑 ‘폭탄’ 넘기고 黨도 장악 평가속… “당청 리더십 모두 흡집” 분석도
요즘 청와대 주변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핀 개헌론 논란이 꺼져가던 공무원연금 개혁의 불씨를 살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출발 단계부터 청와대가 주도한 공무원연금 개혁 드라이브는 순탄치 않았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을 내세우면서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자칫 공무원 전체와 등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새누리당마저 발을 뺐다. 여기서 박근혜 정부의 개혁 의지가 꺾인다면 정권 차원의 위기가 닥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직접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대표 발의하겠다”며 총대를 메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 당 차원의 최종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이번 주 발의를 마치겠다며 오히려 앞서가는 형국이다. 여기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개헌 봇물론’ 발언 이후 청와대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김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전 카드’로 삼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엉클어진 당청 관계와 상처 난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강력한 개혁 이슈가 필요했던 것이다.
앞서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추석을 전후해 김 대표를 네 차례나 만났다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당에서 주도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정부가 주도하는 순간 ‘셀프 개혁’ 논란에 휩싸여 개혁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까지 동행해서 설득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핵심 당직자들조차 “공무원을 적으로 돌려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안을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정부안이 나오자 이번엔 보완을 지시했다. 청와대가 이를 ‘시간 끌기’로 받아들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런 여당의 태도가 김 대표가 앞장서면서 급선회한 것이다.
청와대에선 김 대표의 ‘개헌 도발’이 전화위복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란 뜨거운 감자를 당으로 넘긴 데다 개헌론 논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을 높이는 효과까지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처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김 대표를 공격하는 ‘원초적 방식’을 택함으로써 사안은 신속하게 정리했지만 ‘국정의 투 톱’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과 당대표 리더십에 모두 흠집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45%로 전주에 비해 4%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하순부터 4주 연속 하락했던 부정적 평가가 투 톱 간 개헌 공방 이후 다시 반등한 것이다.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할 공무원연금 개혁이 향후 당청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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