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검토보고서 통해 허점 지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사업 미흡”
DMZ공원-KAMD도 삭감 의견… 국정감사 끝나고 예산전쟁 돌입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사업인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사업의 예산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국회 검토보고서가 나왔다. 현 정부의 3대 외교안보 구상 중 하나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여야가 27일 국정감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뒤 곧바로 정부 예산안을 놓고 본격적인 ‘예산전쟁’에 들어간 상황에서 관련 예산에 대한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가 27일 단독 입수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부처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을 위한 신규 사업 3개 중 2개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 대통령이 2013년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공식 주창한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통일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예결특위는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3각 협력 확대’에 대해 “구체적 추진전략이 미흡하다”며 보완을 촉구했다. 한-중앙아시아 5개국 협력 공동사무국 설립에 대해선 “국제교류재단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글로벌 인사교류 사업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예결특위는 지난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했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해선 “예산안 규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삭감 필요성을 제기했다. 검토 배경에 대해 “남북 간 협의가 진척되지 못해 집행 실적이 부진하고, 남북 합의 후 입지 선정 및 설계에 일정 시간이 소요됨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을 때 이동식 발사대 등을 탐지해 신속히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사업에도 “현실적인 사업계획을 토대로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1조1808억 원가량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했다.
다만 한미 양국이 23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합의 과정에서 정부가 2020년대 중반에 킬 체인을 구축하기로 한 만큼 상황 변경에 따라 예산 및 일정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결특위 보고서는 또 “킬 체인은 표적 탐지 후 파괴까지 30분 이내의 시간 소요를 목표로 추진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감시정찰 자산 등을 보유한 미군이 35분이 걸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라며 계획 수정을 촉구했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과 소형무장헬기 공대지유도탄사업에 대해선 통합계획 마련 및 일부 감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각각 제시했다.
예결특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4 용지 2230쪽의 검토보고서를 특위 소속 여야 의원 50명에게 최근 배포했다. 본회의 처리에 앞서 예산안 심사를 하는 마지막 관문인 예결특위는 다음 달 각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보고서와 예결특위 자체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종합심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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